[LH 경기본부 '지역수요 주거복지'] 장애인·청년·보호공간… '니즈' 맞춘 임대주택

입력 2022-12-12 21:08
지면 아이콘 지면 2022-12-13 14면

09. LH-화성시 긴급주거지원 협약
화성시와 LH 경기지역본부가 수해로 갈 곳을 잃은 이재민을 위해 긴급 주거 지원을 약속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LH 경기지역본부 제공

지난 6월 안산시에서 발달장애가 있는 형제를 홀로 키우던 남성이 오랜 기간 경제적 고통을 호소하다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지역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다.

부모의 도움이 없는 상황에서 장애가 있는 자녀가 시설에 입소하지 않은 채 홀로 서려면 어떤 점이 필요한지 살피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안전한 주거 공간이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열쇠가 됐다.

전국 첫 '발달장애 청년' 위한 매입 임대주택 성남시와 맞손 '자립 지원' 병행
시설 퇴소 보호종료 아동 '셰어하우스 CON' 수원시와 협업 '행안부 장관상'
행복주택, 학생 기숙사로… 사건사고·재난 피해자 '쉼터' 의왕·안양 등 협약


권세연 경기지역본부장 취임 이후 경기도 각 지역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는 LH 경기본부는 지난 4월 관할하는 15개 지자체에 주거복지 관련 수요조사를 실시했다.

안산시는 홀로서기를 희망하는 장애인들을 위한 주거 지원을 원했다. 사건 발생 한 달 만인 지난 7월 LH 경기본부와 안산시가 '안산형 발달장애인 지원 주택' 업무협약을 맺은 이유다.



LH 경기본부는 안산지역 내 매입 임대주택 8가구를 제공하고, 안산시는 자립을 원하는 발달장애인 14명을 입소 대상자로 선정하기로 역할을 나눴다.

단순히 지역별로 정해진 임대주택 수를 채우는데 급급하지 않고,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임대주택을 공급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른바 LH 경기본부의 '지역수요 생활 맞춤형 주거복지'다.

04. LH-경기도 학대피해쉼터 협약
경기도와 LH 경기지역본부 등이 학대 피해 노인 등을 위한 쉼터 제공을 협약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LH 경기지역본부 제공

■ 홀로서고 싶은 청년들에게 희망을!


장애인에 대한 돌봄, 그리고 자립 문제는 비단 안산시만의 일은 아니다. 지난 6월 안산에서 이 같은 사건이 일어나기 전 이미 인천과 수원, 시흥 등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지역을 막론하고 발달장애인들을 비롯한 장애인들의 자립 문제를 숙제로 안고 있다.

LH 경기본부가 실시한 수요 조사에서 장애를 가진 청년을 위한 지역 내 주거 공간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힌 지자체가 적지 않았다. LH 경기본부는 각 지자체와 머리를 맞댔고, 하나둘 결과물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성남시와는 전국 최초로 발달장애 청년만을 위한 매입 임대주택을 제공키로 협약을 맺었다. LH 경기본부가 보유하고 있는 지역 내 신축 매입 임대주택 8가구를 성남시가 선정한 발달장애 청년에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청년들에 독립된 주거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신체·가사·사회활동·경제적 자립 등 다양한 지원을 병행하는 게 핵심이다.

그에앞서 용인, 이천시와도 자립을 희망하는 장애 청년을 위한 매입 임대주택 제공 협약을 체결했다. →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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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서기가 막막한 것은 시설에서 퇴소한 보호종료 아동(자립 준비 청년)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법 개정으로 만 24세까지 아동·청소년 보호시설에서 머물 수 있게 됐지만, 그전엔 만 18세가 넘으면 아무런 준비 없이 차디찬 사회로 내몰려야 했다. 올해 전국 곳곳에서 이들 청년들에 대한 비극적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수원시는 LH 경기본부와 이런 청년들을 위한 주거 지원 문제를 협업하길 원했다.

LH 경기본부는 지역 내 매입 임대주택을 제공했고, 수원시는 해당 주택을 '셰어하우스 CON'으로 명명하는 한편 입주하는 청년들에게 취·창업을 연계해주는 등의 자립 지원 서비스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도 해당 주택에 들일 가구 구매를 지원하는 등 힘을 보탰다. 이렇게 만들어진 셰어하우스 CON은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은 것은 물론, 시민 대상 조사에서 올해 최고의 협치 정책으로 꼽히기도 했다.

통학이 어려운 대학생들이나 고시원·쪽방 등에서 거주하는 이들의 주거 안정도 돕고 있다. 화성·오산시와 각각 협약을 체결해 화성의과학대학교(옛 신경대)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로 남양뉴타운 행복주택 300가구를 제공하고, 오산대 학생들이 세교2지구 행복주택 104가구를 기숙사로 쓸 수 있도록 한 게 대표적이다.

주거 공간 마련에 부침을 겪는 학생들이 시세보다 저렴하게 학교 인근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대학교 졸업 이후 취업을 준비할 때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최장 10년까지 거주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01. 수원시 자립준비청년 셰어하우스 입주행사
이재준 수원시장과 권세연 LH 경기지역본부장이 자립준비 청년을 위한 셰어하우스 CON을 개소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LH 경기지역본부 제공

■ 악몽 같은 사건사고·재난 피해자에게 쉼터 역할도


홀로서기를 원하는 청년들에게만 LH 경기본부의 지원이 닿는 것은 아니다. 다수의 지자체는 LH 경기본부의 수요조사 당시 범죄 피해자 보호를 위한 주거 공간 조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LH 경기본부는 경기도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도내 매입 임대주택을 학대 피해아동, 장애인, 노인들이 즉각 가해자로부터 분리돼 보호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의왕, 안양, 안산시 등과도 업무협약을 맺었다.

일례로 의왕시엔 스토킹, 가정폭력 등의 범죄 피해를 입은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임시 숙소인 '세이프하우스'를 제공한다. 의왕시는 물론 의왕경찰서와도 협업해 피해자들이 의료·법률 등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도록 했다.

10. 수재민 긴급주거지원 세대 방문
권세연 LH 경기지역본부장이 수해로 갈 곳을 잃은 이재민들에 임대주택을 임시거처로 제공한 후 이재민 가구를 방문해 위문하고 있다. /LH 경기지역본부 제공

지난 8월 집중호우로 경기도 곳곳에 수재민이 발생했을 때도 LH 경기본부의 지역수요 생활 맞춤형 주거복지가 빛을 발했다. 보유하고 있는 매입 임대주택 등을 수재민들을 위한 임시 주거공간으로 발빠르게 제공한 것이다.

이중 화성지역의 경우 시가 LH 경기본부에 수해를 입은 주민들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자, 태안3지구에 조성한 임대주택 10가구가 곧바로 제공됐다. 피해 복구에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만큼 길게는 2년까지 거주할 수 있도록 했다.

한 수해 피해 가구는 "예상치 못한 수해에 당장 잘 곳조차 없었는데 좋은 곳에서 있을 수 있게 되니 힘이 난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한편 LH 경기본부가 올해 관할 15개 지자체에 공급한 공공임대주택은 2만6천가구다. 동시에 이처럼 지역별로 필요한 수요를 발굴해 맞춤형으로 주거복지를 지원하기 위한 방안에 매진했다.

LH 경기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경기도를 비롯한 10개 지자체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574가구의 맞춤형 임대주택을 제공했다. 이런 점을 토대로 올해 경인히트상품 건설·주거복지 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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