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등가에서 공가로 변한 집창촌·(上)] 임대 문의 현수막만… 수원 향교로1번길

성매매 집결지 폐쇄됐지만… 선입견에 막힌 발길들
입력 2022-12-20 20:02 수정 2022-12-20 21:00
지면 아이콘 지면 2022-12-21 7면

006.jpg
성매매 집결지였던 수원 향교로 1번 길이 환골탈태를 위한 건물 신축과 도로 정비에도 불구하고 높은 공실률을 보이고 있어 입주 상인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수원시 팔달구 향교로1번길. 2022.12.20 /김명년기자 kmn@kyeongin.com

지난해 5월 도심 속 흉물로 남아있던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일대는 지금 새로운 거리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수십 년 홍등가로 지낸 세월을 쉽사리 씻어내긴 힘든 게 현실이다. 전국 곳곳에 홍등가가 변화한 모습을 토대로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의 새 모습을 전망해본다. → 편집자 주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가 폐쇄된 지 1년하고도 반 년가량 흐른 20일 오전, 수원시 팔달구 향교로1번길은 신축 건물이 들어서고 도로 정비도 이뤄지면서 옛 흔적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거리 곳곳에는 건물 유리창마다 노란 '임대문의' 현수막이 붙어 있어 적막감이 감돌았다.

이날 수원시 팔달구 향교로1번길에 있는 신축 건물 열 채 중 공실이 없는 곳은 단 한 채뿐이었다. 4층 규모의 한 건물은 입주한 상가가 단 한 곳도 없었다. 불과 100m밖에 차이 나지 않는 수원역 로데오거리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로데오거리를 오가는 시민들은 청소년출입금지구역이던 옛 기억이 강하게 남아 있어 쉬이 발걸음이 이어지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유지원(화성·19)·이정민(수원·19)씨는 "옛날에 무서웠던 곳이라 가기가 꺼려진다. 친구들을 만날 때는 로데오거리 쪽이나 인계동으로 가는 게 익숙해서 그런지 굳이 그쪽으로 갈 생각은 안 해봤다"고 말했다.

경기침체에 애매한 임대료 문제
상인들 "새명칭 등 홍보도 필요"


고물가와 고금리 여파로 전반적으로 경기가 침체된 상황이기에 입주 문의도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5분의 1로 줄었다.

향교로1번길 인근 부동산업자는 "상가에 들어왔다 얼마 안 돼 도로 나간 업체들도 있는 상황"이라며 "입지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집창촌이었다는 인식이 너무 강하게 남아 있는 것 같다. 지난해 5월에 집결지가 폐쇄됐는데 1년째 공실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매한 임대료 문제도 수면 아래 있다. 임대료가 로데오거리 상가 대비 저렴하나, 향교로1번길의 다른 구축 건물들에 비해서는 비싸기 때문이다. 로데오거리에 있는 상가 평균 임대료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800만원 정도다. 향교로1번길 신축 건물은 보증금 7천만원에 월세 300만원, 구축 건물은 보증금 2천만원에 월세 80만원 가량이다.

오랜 기간 슬럼가였던 역사가 있기에 임대료를 무작정 낮추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자칫 로데오거리 바로 뒤편의 고등동 중국인거리처럼 젊은 세대들이 찾지 않는 상권으로 굳어질까 우려하는 것이다. 수원역 근처의 한 부동산 업자는 "그쪽 건물주들 사이에서 중국인 세입자는 받지 말자는 이야기도 오갔다"고 귀띔했다.

그간 경기도 내에서 성매매 집결지였던 장소가 주요 상권 지역으로 탈바꿈한 사례는 없기에 일부 상인들은 어느 정도 기대감을 품고 있었다. 같은 수원 내에서 점집들이 모여 있던 행궁동이 '행리단길'로 변모해 명소가 된 점도 한몫한다.

공실 건물이 많은 상황에 상인들은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곳 거리의 한 건물에 입주해 음식점을 운영한 지 1개월째인 유모(40대)씨는 "수원시에서 성매매 집결지를 없애려 거리 정돈 사업을 강하게 추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면 폐쇄 이후에도 계속 관심을 둬야 한다"며 "이름을 어떻게 부르느냐는 굉장히 중요하다. '구(舊) 성매매 집결지'라 일컬어지는 대신 다른 명칭을 짓는 것 같은 최소한의 홍보 방안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2022121401000574500026902



경인일보 포토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유혜연기자 기사모음

경인일보

제보안내

경인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자 신분은 경인일보 보도 준칙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며, 제공하신 개인정보는 취재를 위해서만 사용됩니다. 제보 방법은 홈페이지 외에도 이메일 및 카카오톡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 이메일 문의 : jebo@kyeongin.com
- 카카오톡 ID : @경인일보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에 대한 안내

  • 수집항목 : 회사명,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 수집목적 : 본인확인, 접수 및 결과 회신
  • 이용기간 :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기사제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익명 제보가 가능합니다.
단, 추가 취재가 필요한 제보자는 연락처를 정확히 입력해주시기 바랍니다.

*최대 용량 10MB
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