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향기를 찾아서

[시의 향기를 찾아서] 공(空)

입력 2022-12-19 19:40
지면 아이콘 지면 2022-12-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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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엔

푸른 바람의 들길이 천년의 강물로 흐르고

대지엔



슬픈 시간들이 붉은 꽃잎으로 점점이 떨어져 내리고 있다

무량한 어둠을 지나

내 눈빛 속으로 들어온

너는

황금빛 눈부신 만상(萬象)이 된다

-권능원

이오장-시인.jpg
이오장 시인
'모든 것이 공이다'는 온갖 경험적인 사물이나 사건이 공허하여 덧없음을 뜻한다. 불교적인 입장에서는 이 부정은 단순히 소극적인 허무가 아니라 오히려 모든 술어나 속성으로부터 자유롭게 해방되는 절대적인 존재방식을 적극적으로 시사한다. 외견상으로는 사물이 형성되어 부풀어 오르더라도 내면적으로는 공허하여 내실이 수반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이 말이 불교에서 많이 사용되는 것은 강한 부정의 표시인 동시에 궁극의 진실성을 적극적으로 시사, 부정을 통한 긍정, 상대를 부정함으로써 절대의 직관을 의도하고 있다. 허공이라는 것은 우주의 본질이다. 아무것도 없으나 무엇이든 다 있는 곳이 허공이다. 우주 속에 있는 모든 물질은 상대방을 알아내려고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얼마인 줄 모르는데 무엇을 더 알아낼 수 있을까. 그런데 우주보다 더 넓은 것이 있다. 사람의 마음이다. 단순한 것 같지만 사람은 생각으로 모든 것을 포용하기도 하고 떨쳐내기도 한다. 행동으로 옮긴다고 해도 보이지 않아 깊이를 모르는 사람의 마음, 권능원 시인은 우주보다 넓은 사람이 지니고 있는 감정을 만상을 통해 표현한다. 무량한 어둠을 지나 내 눈빛으로 들어온 너는 황금빛으로 빛나지만 종잡을 수 없는 만물의 형상으로 분간하기 어렵게 한다. 그게 사랑이다. 라는 정의를 내린다. 있으나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이오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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