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스토리

[이슈&스토리] 출범 20년 맞은 인천문화원연합회… '지방문화원의 산역사'

전국 최초 강화문화원 시작으로… '지역다움' 보석처럼 다듬다
입력 2022-12-23 16:46
지면 아이콘 지면 2022-12-23 10면

2022122201000893700042301
1957년 인천문화원 관계자 기념 촬영모습. 1957년 인천문화원이 시영에서 민영으로 전환되었다. 앞줄 가운데 안경 쓴 이가 김정렬 시장. /인천문화원연합회 제공

도시 인천이 가진 여러 '최초' 가운데 철도·서구식 공원·기상대 등 만큼 널리 알려진 것은 아니지만 최초가 또 있다. 바로 '지방문화원'이다.

강화군에 있는 '강화문화원'은 1947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설립된 지방문화원이다. 이 강화문화원이 발간한 향토지 '강화(江華)'는 한국 최초의 문화원 잡지이기도 하다.

또 전국지방문화원의 구심점인 한국문화원연합회의 초대 회장도 한기창 인천문화원장이었다. 때문에 강화문화원이 있는 인천은 지방문화원 가운데 존재감이 큰 도시다.



올해는 인천지역 지방문화원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인천광역시문화원연합회'의 출범 20년을 맞은 해다. 또 전국 지방문화원의 구심점인 한국문화원연합회는 설립 60주년을 맞은 중요한 해이기도 하다.

1948년 발간한 향토지 '江華' 언론 역할도
美 군정기 시절 생활사 자료 가득 담아내
법에 따라 인천문화원 해산후 '중구' 설립
한국연합회 초대 회장은 한기창 인천원장

지역 역사·문화 가꾸는 최후의 보루 역할
재정 열악해 흔한 공모방식 사업 '비판'
문화 원형 보존·새 콘텐츠 개발 필요성

강화문화원 초대원사
강화문화원 초대원사. /강화문화원 제공

최초의 문화원, 최초의 문화원 잡지
강화문화관(현 강화문화원)은 미군정시기 1947년 10월 9일 개관한 강화를 대표하는 문화기관이었다. 그리고 '강화'지는 강화문화관이 1948년 5월30일 발간한 향토문화잡지다.

'강화'지는 강화문화관의 기관지적 성격을 띠면서도 강화를 대표하는 언론기관의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표지를 보면 '향토지'임을 첫 줄에 내세우면서 '강화문화관 기관지'라는 것을 뚜렷이 밝히고 있다.

속표지
강화문화관(현 강화문화원)이 1948년 5월30일 발간한 향토문화잡지 '강화(江華)'의 속표지. 강화는 우리나라 최초의 문화원 잡지다. /강화문화원 제공

강화지의 '강화논단'을 보면 당시 강화군수이면서 강화문화관장을 겸직한 구봉회의 '창간에 즈음하여'를 통해 강화문화관이 강화농도원, 강화보건진료소와 함께 강화군의 3대 역점사업이었다고 한다. 군민 전체를 위해 강화군이 추진하는 3대 사업으로 이 세 기관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강화문화관의 역할에 대해서는 "굴러다니는 초석 한 개라도 옛일을 회상하게 하며", "향학열에 불타고 연구에 몰두하는 청년학자와 대중에게 문화적 재료를 주어 대중의 문학을 보급시키며", "강습회, 강연회, 연구회, 강좌 등 상황에 따라 개최하여 대중의 이목을 계발하고자 했다"고 문화관의 역할을 소개하고 있다.

잡지 강화는 생활사 자료가 가득 담겨있다. 문화관 일지, 행정계 소식, 대규모 토목공사와 구호물자 목록 등이다. 보건진료소 개설 안내문도 있고, 상담가능 내용, 진료비도 세부적으로 나온다. 강화는 미 군정기 강화도의 사회상을 알려주는 귀중한 자료로 그 가치가 매우 크다.
강화에서 옹진까지 인천의 지방문화원
강화문화원을 시작으로 현재 인천시에는 10개 군구에 각각 1개의 문화원이 설립·운영되고 있다. 특히 강화문화원은 1947년에 '강화문화관'이라는 이름으로 개관해 최초의 문화원으로 기록되고 있다.

이후 인천의 지방문화원은 부평문화원이 1998년에, 연수문화원이 2001년, 서구문화원과 중구문화원이 2002년, 미추홀구 미추홀학산문화원이 2003년, 남동문화원이 2004년, 계양문화원이 2005년, 동구 화도진문화원이 2016년, 마지막으로 옹진문화원이 2017년 생겼다.

'인천문화원'이 운영되어오다가 지방문화원진흥법에 의거 해산(폐업)되고 '중구문화원'으로 명칭을 변경하여 설립된 경우다. → 표 참조

2022122201000893700042307

강화문화원과 중구문화원(옛 인천문화원)이 관련법 제정 이전에 자생적으로 설립 운영되어 수 십년간 인천과 강화의 지역 문화를 대표하고 기록, 전승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2002년 4월25일에는 인천문화원을 비롯 강화·부평구·연수구 문화원이 모여 인천문화원연합회의 인천광역시지회를 만들었다. 이는 현재 인천광역시문화원연합회로 이어지고 있다.

인천광역시문화원연합회는 지방문화원의 상호 협조와 공동이익 증진, 민족문화의 국제교류 창달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주요업무는 문화원의 균형 발전을 위한 연구·지원, 문화원 기관지 발행, 문화원 종사자의 자질 향상을 위한 연수 등이다.
지역 문화 꽃피는 지방문화원
지방문화원의 역할은 무얼까. 지방문화원진흥법은 '지방문화원'을 지역문화의 진흥을 위한 지역문화사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이 법에 따라 설립된 법인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지방문화원을 지원·육성하여야 한다고 책임을 강조한다.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은 작고하기 전 한국문화원연합회와 가진 인터뷰에서 "불모와 다름없던 지역문화가 문화원을 중심으로 번성케 되어, 지금은 어디를 가나 지역인사를 기리는 박물관이 있고, 각종 공연장 등 문화시설이 들어찼다"고 했다.

또 앞으로 문화원이 "심산유곡에 숨어 있는 산삼을 캐는 심마니가 되고, 해저 바위틈에서 기다리던 전복이 아닌 천복을 따는 해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강화문화원 현원사
강화문화원 현재 원사. /강화문화원 제공

지방문화원은 지역의 문화, 역사를 지키고 아름답게 가꾸는 거점으로서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 올해 인천의 지방문화원이 진행한 특성화 사업들을 보면 이러한 점들이 잘 드러난다.

'강도에 핀 고려문화와 왕릉을 찾아서'(강화문화원), '인천 서구 기억저장소'(서구문화원), '김구를 탈출시켜라'(중구문화원), '문학으로 이야기하는 동구'(화도진문화원), '백령도 향토 유적지 표지판 제작'(옹진문화원) 등 개성 넘치고 흥미로운 사업들이 풍성하다.
지방문화원의 과제
지방문화원이 앞으로의 가야할 길은 무얼까. 김성준 인천광역시문화원연합회 사무처장은 앞으로의 과제가 "어떻게 '지역다움'을 구현할 것인가"라고 했다.

현재 지방문화원을 향한 비판적인 시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문화원들이 지역문화의 진흥과 향토성의 조사 발굴이라는 기본적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주민들을 위한 프로그램들도 협소하고 천편일률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지방문화원이 문화원 회원 다수를 위한 곳이 아니라 문화원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일부 사람의 '사랑방'과 같은 역할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인천광역시문화원연합회 설립 20주년 기념식
인천광역시문화원연합회 설립 20주년 기념식. /인천광역시문화원연합회 제공

김성준 사무처장은 "재정이 열악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지방문화원이 비슷비슷한 공모 방식의 문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초문화재단과의 구분이 불분명한 사업도 많다"면서 "문화원이 지역 역사문화 현장에서 특색있는 것들을 찾아내고 또 문화 원형을 보존하고 미래 세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2022122201000893700042306

 



경인일보 포토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김성호기자 기사모음

경인일보

제보안내

경인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자 신분은 경인일보 보도 준칙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며, 제공하신 개인정보는 취재를 위해서만 사용됩니다. 제보 방법은 홈페이지 외에도 이메일 및 카카오톡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 이메일 문의 : jebo@kyeongin.com
- 카카오톡 ID : @경인일보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에 대한 안내

  • 수집항목 : 회사명,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 수집목적 : 본인확인, 접수 및 결과 회신
  • 이용기간 :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기사제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익명 제보가 가능합니다.
단, 추가 취재가 필요한 제보자는 연락처를 정확히 입력해주시기 바랍니다.

*최대 용량 10MB
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