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아트센터, 거칠 것 없었던 2022년] 백남준이 떠나고 모두가 백남준이 되는 세상이 왔다

입력 2022-12-26 17:07 수정 2022-12-26 18:55
지면 아이콘 지면 2022-12-27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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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아트센터 (왼쪽부터)이수영 학예사, 김윤서 학예사, 이기준 테크니션.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올 한해는 백남준 탄생 90주년을 맞아 다양한 전시와 행사들이 관람객들을 만난 시간이었다. 특히 백남준아트센터는 백남준의 모습과 작품들로 꽉 채워졌다. 이러한 '거칠 것 없는 축제'를 만들기 위해 지난 1년을 불태운 백남준아트센터 이수영, 김윤서 학예사와 이기준 테크니션을 만났다.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보낸 이수영 학예사. 그는 "다시 미술관을 찾는 즐거운 경험을 일깨워 주고자 했다"며 "오감을 통해 백남준의 방식대로 그 감각을 깨워줄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떠올렸다.

백남준아트센터는 그렇게 백남준의 생일인 7월 20일을 기점으로 전후 전시를 하나씩 풀고 매듭지어가며 총체적인 모양을 더듬어 갔다.
탄생 90주년 전시·행사 다채
"미술관 찾는 즐거움 일깨워"
텔레비전·부품 수급 어려움도
작품세계 함축 '걸리버' 구입
"각 사람이 만드는 영상 지지
인프라 만들자는 생각 유효"
이기준 테크니션은 "처음 접해보는 작품을 설치하며 더 많은 작품을 볼 수 있었고, 덕분에 90주년을 뜻깊게 보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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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올해 전시들에서는 사이버포럼(한국민속촌 소장), 나의 파우스트-자서전(리움미술관 소장), 시스틴 성당(울산시립미술관 소장) 등 외부에서 쉽게 만나볼 수 없었거나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들이 전시되며 이슈가 됐다. 학예사들은 물론, 테크니션에게도 그간 보기 어려웠던 작품을 직접 마주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이 테크니션은 "작품 중에서도 롯데칠성이 소장한 '꽃가마와 모터사이클'이 기억에 남는데, 이 작품의 경우 1995년 이후 외부에 전시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대전 공장에 며칠 머물며 오토바이와 철 구조물, 가마 등 하나하나 직접 옮겨서 가져왔다"며 "오래된 작품을 보존·복원을 하는 데 품이 많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 학예사는 "백남준이 텔레비전 광고를 매개로 자신의 비디오 아트를 보여준 작품이다. 작품 연구도 하면서 더 많은 관객이 볼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돼 좋았다"고 덧붙였다.

칭기즈 칸의 복권
1993년 백남준이 야외에 설치된 칭기즈 칸과 함께 찍은 사진. /age Fotostock 제공

백남준 탄생 90주년은 백남준아트센터만의 축제는 아니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으며 백남준의 예술 세계는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가운데서도 비디오 아트의 보존·복원 문제는 빼놓을 수 없는 주제였다. 세월이 흐르며 백남준이 썼던 텔레비전과 부품 등의 수급이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이 테크니션은 "정말로 한계점에 왔다"며 "미디어 작품의 매체 변화 같은 것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백 선생님도 그걸 원하실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오랜만에 규모가 큰 소장품도 구입했다. '걸리버'는 큰 모니터로 만들어진 걸리버를 10여 대의 작은 모니터 소인들이 둘러싸 전선으로 감고 있는 작품이다. 백남준이 구현하고자 한 비디오 아트의 작업세계를 함축하는 이 작품을 전시에 선보일 수 있었다는 점은 더욱 큰 의미로 다가왔다.

TV 부처
백남준이 작품 'TV 부처'를 구상하며 설치하는 모습. /Rene Block 제공

숨 가쁘게 달려온 한 해를 마무리하며 김 학예사는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타자기를 가져야 한다'는 백남준의 보고서에 적힌 글을 떠올렸다.

그는 "비디오 아트를 통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교환하고자 했던 백남준은 그것을 만드는 사람이 누군지가 중요했다"며 "각 사람이 만드는 영상들에 대해 지지하고 인프라를 만들자며 주도한 내용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이 학예사는 "하고 싶은 전시를 할 수 있도록 많은 분이 큰 힘이 됐고, 내년이 더 좋을 것 같다"며 백남준아트센터의 역주행을 예측했다. 그리고 이 테크니션의 말에 모두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 해에 4개의 전시를 '백남준'만으로 꾸미는 게 쉽지 않은데, 백남준 선생님이 살아계셨다면 무척 좋아하시지 않았을까요."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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