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가망신하려면 교육감 선거에 나가라." 선거철이면 회자되는 이 말은 농담이라기보다 사실에 가깝다. 특히 경기도교육감 선거에는 선거 비용으로 40억원 이상이 소요되며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현행 직선제 교육감 선거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8일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6·1 지방선거 당시 경기도교육감 선거로 출마한 성기선 후보와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의 선거 비용 지출액은 각각 46억5천967만원, 40억6천만원이다. 이는 전국 17개 시도교육감 선거 후보의 1인당 평균 지출액 10억6천여만원과 비교하면 4배가 많다.
성 후보는 당시 전국 모든 지방선거 입후보자 중에서 가장 많은 선거 비용을 지출했다. 시·도지사 후보 중에서 선거 비용 지출액이 가장 많았던 김동연 경기도지사(44억4천여만원)보다도 2억여원이 많다.
유권자 많은 경기도, 지출액도 많아
교육 중립성 이유로 당 지원은 불가
자금 마련하는 과정 이권 개입 발생
경기도교육감 선거는 어느 지자체보다도 지출액이 많을 수밖에 없다. 전국 광역지자체 중 유권자가 928만9천340명(지난해 6·1 지방선거 기준)으로 가장 많고 면적도 서울보다 17배가 넓어 선거 운동 경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물론 선거를 완주하고 유효득표수의 10% 이상을 얻으면 비용의 절반, 15% 이상을 얻으면 전액을 보전받는다. 하지만 선거 과정에선 후보가 4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직접 조달해야 한다. 도지사 후보와 달리, 교육감 후보자는 교육의 중립성을 지킨다는 취지로 당적을 가질 수 없어 당 차원에서 선거 비용을 지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막대한 선거 비용을 마련하는 과정에선 여러 이권이 개입해 폐단을 낳기도 한다. 교육감 후보들이 비용 마련을 위해 이익 단체로부터 조직적인 선거 자금을 받고 도움의 대가로 보은 인사를 하는 식이다. 실제 지난 2007년 직선제 도입 이후 11명의 교육감이 뇌물수수, 정치자금법 위반, 횡령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이 중 6명이 실형을 살았다.
또 선거비용 마련에 한계가 있다 보니, 교육행정 전문가보다 유명 정치인과 재력가가 출마하는 경우가 많아 인지도 투표가 되는 실정이다. 임 교육감은 지난달 27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현행 직선제에서는 교육행정을 잘할 수 있는 분이 선거에 입후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정 단체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그러면 당선 이후에도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문제 잇따르자 러닝메이트 수면위
정치예속만 보완하면 차선책 주목
이런 문제들이 꾸준히 지적되자 최근 정부와 정치권에선 교육감 선거 제도를 시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제로 개정하자는 논의가 시작됐다. 러닝메이트제는 미국의 대통령-부통령처럼 시·도지사 후보자와 교육감 후보가 함께 출마해 선거를 치르는 제도를 말한다.
러닝메이트제가 도입되면 교육감 후보는 선거 비용을 마련하는데 수월해진다. 선거 운동 과정에서 당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다. 하지만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한다는 교육자치의 원칙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교육이 정치의 영역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러닝메이트제를 보완한다면 현행 직선제를 대신해 차선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김규태 계명대 교육학과 교수는 "도지사가 지명하는 방식 말고 서로 독립적인 위치에서 정책 연대를 하는 등 교육이 정치에 예속되는 점을 보완한다면 러닝메이트제가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고, 박대권 한국학중앙연구원 대학원 교육학과 교수는 "현행 직선제에선 비용 문제로 교육행정 전문가가 출마하기 힘든 점이 있다. 그런데 러닝메이트를 하면 선거에서 무조건 이겨야 하는 정당에선 교육 전문가를 찾을 것"이라며 "또 시민의 참여와 정책의 중도 수렴 경향을 높이는 데 러닝메이트가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