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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 6일 오후 경기도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2023 기회경기 워크숍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1.6 /경기도 제공

2023년을 '기회경기 원년'으로 선언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새해에도 공직 관성의 틀을 깨는 실험을 이어가며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김 지사를 비롯해 염태영 경제부지사, 오병권 행정1부지사, 오후석 행정2부지사, 각 실·국장들과 도 산하 공공기관장 등 경기도 주요 의사결정권자들이 한데 모여 장장 10시간이 넘는 워크숍을 열었는데 사전 자료·휴대폰도 없이 무제한 토론이 진행돼 예상 외로 자유롭고 신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는 후문이다.

지난 6일 경기도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2023 기회경기 워크숍'은 경기도정 역사상 처음 있는 행사다. 그간 직급별, 분야별 워크숍을 연 적은 있었지만 도지사를 중심으로 정책 결정권을 쥔 경기도 고위 간부들이 한자리에 모여 경기도 발전방안을 모색한 형태는 없었다.

특히 이번 워크숍은 일찌감치 각 실·국 직원들의 '야근'을 금지하기도 했다. 워크숍에 참가한 실·국장에 참고자료를 지원하기 위해 직원들이 야근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이른바 '백업 자료'와 휴대폰 없이 그간의 도정 노하우를 십분 활용해 자유롭게 생각하고 토론하자는 의도인데 실제로 김 지사는 워크숍을 시작하기 전, 진행 중에도 "직원들은 정시퇴근하라"고 강조하면서 "오늘 부득이하게 행사를 위해 남은 최소 인원은 이달 내 꼭 대체휴가를 쓰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道 주요 의사결정권자들 한자리
자료·휴대폰 없이 '무제한 토론'
'돌봄마일리지' 등 아이디어 봇물


이색적인 이날 워크숍에선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졌다. 수십 년 공직생활을 해온 만큼 경직되고 어색한 분위기가 우려(?)됐지만 예상과 달리 참가자 대부분 평소 일하면서 생각했던 아이디어들을 마음껏 이야기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후기가 이어졌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돌봄마일리지' 제도를 도입, 자신이 누군가에게 돌봄을 제공하면 바우처를 받고 돌봄이 필요해지면 그 바우처를 사용하는 돌봄거래소 정책, 도 공공기관장 운전기사를 모두 청각장애인으로 채용하고 발달장애인 디자이너를 고용하는 등 장애인 기회확보 정책도 눈길을 끌었다.

또 6개월간 법규위반이 없거나 안전교육을 이수하고 산재보험에 가입한 배달라이더들에게 안전기회수당을 지급하는 플랫폼노동자 안전기회수당, 2035년까지 경기도 모든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바꾸고 탄소세 추진으로 걷어진 재원을 기회소득으로 지급하자는 넷제로 등도 있었다.

7일 오전 1시께, 하루를 넘긴 토론이 끝난 후 김 지사는 "실천 가능성과 별개로 같이 토론할 수 있었다는 게 좋았다"면서도 "그저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 경기도를 바꿀 수 없다. 지금처럼 대한민국 장래와 미래에 걱정되는 때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지사는 "우리를 이 자리에 있게 한 국가와 사회를 위해 희생할 준비를 해야 한다. 공직에 있는 사람은 모름지기 어떤 자리, 어떤 위치에 있어도 스스로 개척하지 않으면 절대로 성과를 내기 어렵다. 오늘 좋은 시작을 했다"고 격려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