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with+] 새해, 글쓰기에 도전하는 이들에게

입력 2023-01-12 20:13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1-13 14면

2023011201000487700023492

피은경-칼럼리스트.jpg
피은경 칼럼니스트
오래전이었다. 신춘문예에 단편 소설을 응모하여 일곱 번이나 낙선한 뒤 드라마 작가로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는 다음 해에 신춘문예에 당선되기 위해 7년이나 습작 기간을 가졌으리라. 그런 긴 세월을 보냈기에 드라마 작가로 성공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인간은 실패할 때 배울 기회를 갖게 되는데 그 이유는 실패의 원인을 찾기 위해 애쓰게 되기 때문이다. 그는 낙선할 적마다 자기의 소설 작품에서 부족한 점을 보완하려 궁리함으로써 성장과 발전의 기회를 여러 번 가졌을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본다면 그가 일곱 번 낙선한 건 좋은 경험이라 볼 수 있다.

나 역시 글을 쓰느라 노트북을 끼고 살았으나 오랜 기간 동안 성과가 없었다. 내게 '글쓰기'는 불러도 대답 없는 연인 같아 때로 맥이 풀렸고 때로 소질 없음을 탄식했다. 글쓰기를 포기할까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구점에 가서 공책 한 권을 사고 나면 언짢은 기분이 풀리곤 했다. 매일 글을 써서 그 공책을 글로 가득 메우고 나면 나의 글쓰기 역량이 지금보다 나아질 거라는 믿음이 새 희망의 길을 열어 주어서다. 우연히 유튜브 동영상으로 봤던 장면을 다시 보는 것도 새 희망을 갖게 했다. 높은 곳에 오른 다이빙 선수가 공중에서 세 번 회전한 후 멋지게 입수하는 장면이었다. 그것을 보면서 노력하면 안 되는 게 없구나 하고 희망을 가졌던 것이다. 그 다이빙 선수도 수없이 실패하면서 꾸준히 연습하여 공중회전을 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자, 나도 꾸준히 습작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뭐든 꾸준히 하면 실력향상 '값진일'
운때 기다리며 노력하면 결실 거둬


이번엔 밑바닥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야겠다. 언젠가 수영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나도 모르게 깊은 곳에서 수영을 하게 되었다. 수영을 그만하고 싶을 땐 내 발이 밑바닥에 닿지 않아 당황했다. 물속에서 발버둥을 쳤으나 내 몸이 올라가지 않고 점점 내려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내 발이 수영장 밑바닥에 닿았다는 걸 알았다. 그제야 몇 번의 시도 끝에 밑바닥을 발로 차고 헤엄쳐서 몸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할 수 있었다. 내가 밑바닥에서부터 출발했기에 물속에서 무사히 나올 수 있었다. 이 일로 '밑바닥'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다.

건강을 염두에 두고 어떤 운동을 해야 하나 생각하다가 몇 년 전부터 발레를 배우기 시작했다. 나로선 도전이었는데 활력을 얻고 싶어 용기를 냈던 것. 처음 발레를 시작할 때 밑바닥에서부터 배우는 게 좋았다. 왜냐하면 발레를 배우면서 나의 발레 실력이 수영장 밑바닥처럼 더 이상 내려갈 데가 없고 오로지 한 단계씩 올라가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계속 배울 예정이니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내 발레 실력이 향상될 터였다. 발레만 그렇겠는가. 글쓰기를 비롯해 악기 연주, 그림, 외국어, 요리 등 뭐든 꾸준히 배우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실력이 향상되지 않겠는가. 실력이 점점 향상되는 것은 그 자체로 값지다. 최소한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게 될 테니까.

요즘 강좌 인기로 도전자 적지않아
전념했지만 성과 없다고 포기 않길
실패 많은건 그만큼 역량 신장된것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사례를 통해 운때가 맞아야 성공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 운이 들어오는 때가 언제인지 알 수 없다. 그러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운때를 기다리며 꾸준히 노력하는 것뿐이다. 노력하다 보면 자신의 실력과 운때가 서로 만나서 결실을 거두는 날이 반드시 오기 마련이다. 물론 아무런 노력 없이 사는 자에게는 운때가 소용없다.



2023년이 되었다. 새해 계획을 세운 사람들이 많겠다. 요즘 글쓰기 강좌가 인기 강좌로 떠오른 것을 보면 글쓰기에 도전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 같다. 앞으로 이들이 전념을 다했지만 성과가 없다고 쉽게 단념하지 않기를 바란다. 목표를 이루려면 으레 실패라는 정거장을 거쳐야만 한다고 여기길 바란다. 실패했다는 것은 더 나은 인생을 위하여 분투했다는 것이고, 분투했으니 이전보다 높은 단계에 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실패한 횟수가 늘었다는 것은 자기의 글쓰기 역량이 그만큼 신장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를 믿고 목표를 향해 정진하는 과정을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피은경 칼럼니스트



경인일보

제보안내

경인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자 신분은 경인일보 보도 준칙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며, 제공하신 개인정보는 취재를 위해서만 사용됩니다. 제보 방법은 홈페이지 외에도 이메일 및 카카오톡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 이메일 문의 : jebo@kyeongin.com
- 카카오톡 ID : @경인일보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에 대한 안내

  • 수집항목 : 회사명,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 수집목적 : 본인확인, 접수 및 결과 회신
  • 이용기간 :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기사제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익명 제보가 가능합니다.
단, 추가 취재가 필요한 제보자는 연락처를 정확히 입력해주시기 바랍니다.

*최대 용량 10MB
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