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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와 강화군이 공들여 유치했던 문화재청 산하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가 지역을 떠난 데 이어 국립서울문화재연구소로 명칭을 변경한 것에 대해 기관의 행정적 책임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서울로 이전한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 표지판. 2022.1.9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문화재청 산하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가 지역을 떠난 데 이어 국립서울문화재연구소로 명칭을 변경한 것(1월10일자 1면 보도=어렵게 세웠는데… 간판 내린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에 대해 인천시와 강화군의 행정적 책임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역사학자들은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가 서울로 이전하면서 강화를 중심으로 한 고려역사 발굴 등 연구작업은 이전보다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강화군은 민족 시조 단군이 하늘에 제사를 지낸 마니산 참성단부터 선사시대 고인돌, 고구려 전등사, 고려시대 대몽 항쟁기 궁궐터, 강화산성, 근대시대 해양 방어진지 등 다양한 유적이 있으나 발굴 작업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았던 지역이다.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의 서울 이전과 명칭 변경에 대해 행정 무능으로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게 학계의 공통된 평가다.

지역에서 고려사를 연구하는 한 역사학자는 "강화가 역사적으로 큰 의의가 있다는 상징성을 갖는 기관을 행정 부주의로 떠나보낸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강화는 개성시와 더불어 고려시대 도읍지로 고고학적 가치가 뛰어난 지역이다. 여러 학술 의견을 국가 연구기관이 규명하는 역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해양관방유적 유네스코 등재 입장차
정부·郡 문화재-재산권 갈등 누적

인천시·강화군이 지역 역사 연구기관의 활동을 지원하는 행정 체계도 다른 지역에 비해 소극적이고 미흡했다는 지적도 있다. 류창호 인하대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기관만 유치할 게 아니라 연구 활동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기반시설 지원도 충분히 이뤄졌어야 한다"며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는 여러 연구 성과를 냈지만, 지역 연구기관 간 학술 교류는 활발하지 않았다. 이 같은 활동도 대부분 지자체가 토대를 마련하는데, 인천은 그런 점에서 서울·경기에 뒤떨어진 측면이 많다"고 했다.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가 강화를 떠나 서울로 옮긴 이유 중 하나는 옛 군립도서관 건물 임대차 계약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다.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는 2017년 설립 이후 강화군으로부터 군립도서관 건물을 무상으로 빌려 사용했다. 지난해 임대차 계약 기간 연장을 요청했는데, 강화군은 CCTV 관제센터 이전을 이유로 거부했다. 결국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는 서울 고궁박물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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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와 강화군이 공들여 유치했던 문화재청 산하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가 지역을 떠난 데 이어 국립서울문화재연구소로 명칭을 변경한 것에 대해 기관의 행정적 책임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서울로 이전한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가 쓰던 옛 군립도서관 건물. 2022.1.9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표면적으로는 임대차 계약 불발로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가 이전을 결정했지만, 두 기관 간 오랫동안 쌓여온 갈등이 결정적 이전 사유라는 관측이 나온다. 강화군과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는 문화재 보존을 두고 입장을 달리하면서 사이가 멀어졌다. 문화재청은 강화 돈대 등 해양 관방 유적 유네스코 등재를 계획했으나 강화군이 주민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반대하면서 추진하지 못했다.

앞서 강화군은 지역 전반에 걸친 문화재보호구역 축소를 건의했으나 문화재청이 제동을 걸었다. 이 외에도 문화재청과 강화군은 여러 사업을 두고 상반된 견해를 보이면서 갈등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

성과 불구 기관간 학술교류 불활성
인천시·강화군 '미흡한 지원' 지적

강화군 관계자는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가 무상으로 군립도서관을 이용하도록 충분히 편의를 제공했다"며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가 서울로 이전하고 명칭까지 바꾼 것은 중앙부처가 기초단체를 상대로 감정적으로 대응한 듯해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두 기관 간 갈등 끝에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가 서울행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인천시가 중재하지 않고 손 놓고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 유치는 2011년 강화군이 의지를 나타냈고 2014년 민선 6기 유정복 인천시장이 취임해 지원 사격에 나서면서 성과를 거뒀다.

인천시 관계자는 "당시 강화군과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 측에서 임대차 문제를 포함해 인천시에 별도로 문제 해결 등을 요청하지 않아 대응할 수 없었다"며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 이전에 따른 연구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