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 새옹지마(塞翁之馬)

입력 2023-01-15 19:06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1-1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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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문화 칼럼니스트
새옹지마(塞翁之馬)는 '변방에 사는 노인 새옹의 말'이라는 뜻이다. 어느 날 새옹이 키우던 말이 마구간에서 도망친다. 하지만 이후에 말로 인해 새옹에게 좋고 나쁜 일이 반복되는 일이 발생한다. 여기에서 유래하여 인생의 길흉화복은 수시로 변한다는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명확한 결과를 알 수 없어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을 빗대어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사자성어다.

포크계의 정석이요 전설인 해바라기의 명품 보컬리스트 이주호가 부른 최신곡 '어떻게 지내시나요'(작사·곡 이예선)의 노랫말은 새옹지마의 은유적 함의를 담고 있다. 가사 도입부는 이렇게 시작한다: '계절은 돌고 돌아 다시 봄인데/내 마음은 아직도 겨울이네요'. 순환적 주기의 계절인 봄이 되면 마른 나무껍질 속에서도 수액이 차츰 흐른다. 움츠렸던 모든 식물과 동물이 서서히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며 만물이 소생한다. 이러한 도약의 봄날에 화자의 마음도 덩달아 따스한 봄날인 줄 알았는데 아직도 그의 마음속은 추운 겨울이다. 왜 그럴까. 그에겐 도무지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이고 그 삶은 새옹지마처럼 다가오기 때문이다. 


과거 연인과 이미 끝나 갈 곳 없어
사랑·이별 인생사 한낱 '새옹지마'


영국이 낳은 세계적 대문호 셰익스피어는 '햄릿'에서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다. 단지 우리의 생각이 좋고 나쁨을 정해 줄 뿐이다'. 햄릿은 옛친구 로젠크라츠와 길덴스텐에게 이 말을 한다. 햄릿에게 덴마크와 세상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가두는 감옥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덴마크와 세상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다. 햄릿 자신이 덴마크와 세상을 나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쁜 것이다. 마찬가지로 '어떻게 지내시나요' 곡의 도입부 노랫말에서 언급된 '봄'과 '겨울'도 봄은 봄으로서 겨울은 겨울로서 각각의 존재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봄은 긍정이고 겨울은 부정이라는 화자의 이분법적 생각은 자신이 감내하기 힘겨운 현재 상황을 대변하려는 듯싶다.

이어서 화자는 살아가는 게 '거칠어진 요즘 세상에' 어떻게 지내는지 연인에게 물음표를 던진다. 그러잖아도 연인과의 관계가 어긋나고 틀어지는 등 엄동설한의 엄혹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는 화자다. 하지만 그의 마음 한구석엔 여전히 연인을 향한 미련의 그림자가 아른거리고 있기에 안부가 궁금한 화자이기도 하다. 그는 잠깐 옛 추억에 잠긴다. 그동안 버텨온 청춘의 마지막에서 연인을 만나 잠깐만이라도 행복했다고 술회한다: '버티고 버텨온 젊음의 끝에서/당신 만나 잠시라도 행복했어요/그리움을 참고 밤하늘을 보면은/당신 얼굴이 보여요'.



다시 냉혹한 현실로 되돌아온 화자는 지금 연인과 이별의 정류장에 서 있다. 별리의 이유는 안개에 가려져 있다. 하지만 이미 '헤어진 가슴은' 아쉽게도 연인을 잊을 수밖에 없는 화자다. 즉 가끔은 화자의 '우는 버릇 눈물 버릇'을 웃으면서 다 받아준 연인과 이제는 헤어짐의 문턱까지 다다른 화자다. 과거엔 연인만이 화자의 전부였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화자는 연인과 '이미 끝난 사랑'이라고 생각하기에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이제 화자에게는 지금까지의 사랑과 이별의 인생사가 한낱 새옹지마일 뿐이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절대 없다. 세상사 모든 것은 지금 변해가고 있고 앞으로도 변할 것이다. '어떻게 지내시나요' 곡 가사의 화자 경우처럼 사랑의 인연도 이별의 인연도 결코 좋거나 나쁜 것이 아니다. 좋다고 생각하면 좋은 것이고 나쁘다고 생각하면 나쁜 것이다. 바람에 스쳐 지나가는 인연은 그냥 인연일 뿐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눈앞의 화에 연연하지 말아야
현재의 재앙 미래엔 복 될 수도
일희일비에 애태울 필요 없다

눈앞에 벌어지는 결과가 화(禍)라고 해도 여기에 지나치게 연연하고 집착할 필요는 없다. 현재의 재앙이 미래의 복(福)으로 바뀌는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물론 행복이 불행을 낳을 수도 있다. 달도 차면 기울고 때가 되면 다시 차는 법이다. 위에서 인용한 곡의 노랫말이 시사하듯 삶의 화창한 봄날은 영원하지 않다. 때로는 음산한 겨울도 찾아온다. 따라서 찰나 같은 인생을 일희일비하며 사랑과 이별에 애태울 필요가 없다. 세상사는 미리 헤아릴 수가 없어 새옹지마이기 때문이다.

/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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