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우 칼럼

[이재우 칼럼] 싸구려 대학교육이 나라를 망친다

입력 2023-01-16 19:45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1-17 18면

이재우.jpg
이재우 미래학회 회장·인하대학교 교수
등교 시간에 인천 송도국제도시 채드윅 국제학교 옆을 지날 때면 노란색 스쿨버스가 줄줄이 학교로 들어간다. 또한 자가용으로 학생을 등교시키는 차들 때문에 학교 근처는 항상 혼잡하다. 채드윅 국제학교는 사방이 아파트로 둘러싸여 있으며 7만여㎡의 넓은 대지에 인조 축구장과 체육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독특한 외관이 마치 외국의 대학교 같다. 높은 담이 사방을 막고 있으며, CDD 카메라가 24시간 경비를 하고 있어서 외부인이 들어갈 수 없는 철옹성이다. 채드윅 국제학교 고등학교 학비는 연간 4천476만원이다. 학비에는 스쿨버스비나 기숙사비가 제외되어 있다. 학비, 부대비용, 학원비 등을 합하면 연간 5천만원이 훌쩍 넘을 것이다.

2023년 QS 세계대학평가 순위를 보면 우리나라는 100위권에 6개 대학이 들어 있는데, 인구 약 740만명의 홍콩은 5개 대학이 들어 있다. 100위권에 든 우리나라 대학은 국가로부터 예산을 받는 대학이나 적립금이 수천억원인 사립대학들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대학은 국제 경쟁력에서 한참 뒤처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지난 14년간 대학등록금의 동결 때문이다. 2009년부터 대학등록금 동결 정책과 함께 국가장학금 제도가 시행되었다. 대학등록금 동결조치는 국립대학교보다 사립대학교에 커다란 타격을 주고 있다. 대학교육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 사립대학교의 연간 등록금은 약 720만원 정도이다. 대학 평균 등록금을 월 단위로 환산하면 약 41만6천원 정도이다. 그런데 이 등록금은 지난 14년간 한 번도 인상된 적이 없는 금액이고, 14년간의 평균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질 등록금은 2009년 대비 무려 28%나 감소하였다. 대학등록금은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한 달에 내는 수학이나 영어 과목의 학원비보다 더 싸고, 국제학교 등록금의 16% 수준이다.

月 환산 등록금 41만원 14년째 동결
각종 국책사업비 상위권에 '집중'
중하위권 사립·지방대 '고사 위기'


사립대학교의 싼 등록금에 더해서 정부에서 보조해 주는 각종 연구비, 각종 국책사업비는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상위권 대학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많은 대학이 고사 위기에 처했다. 입학생은 날로 줄어들고, 학생들은 인서울, 수도권 대학에 몰리기 때문에 지방 사립대학교, 심지어 지방 국립대학교도 정원을 한참 못 채운다. 우리나라는 대학교육에서 사립학교 비중이 약 80%에 달하며 대학 진학률 역시 80%에 달한다. 고등학교 학생의 한 과목 학원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록금을 받고 대학교육을 해야 하니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 대학들은 운영비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 새로운 시설에 투자할 수 없고, 심지어 개보수 비용도 없어서 건물을 고치지 못한다. 임금을 줄이기 위해서 비정규직 교직원을 늘릴 수밖에 없다. 그동안 고등교육 정책은 원하는 학생은 모두 대학에 진학하고, 반값 등록금으로 대학을 다닐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14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대학은 어떻게 변했나? 우리나라 대학은 최상위 몇 개 대학에 역량이 집중되고, 중하위 대학이 고사하는 체제로 진입하고 있다. 최상위 대학은 가만있어도 우수 학생이 입학하고 정부 재정지원을 독식하는 순환 체제를 구축하였다. 그런데 채용되는 교수의 수준은 최상위 대학이나 중하위 대학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전국에서 배출되는 교수 인력의 수준은 상향 평준화되었지만 중하위 대학 교원은 역량을 발휘할 물질적, 재정적 지원을 받기 어렵다.

인건비·연구비용 전폭 지원해야
'식물대학'은 '하등 국가' 지름길


학령인구의 감소 때문에 대학의 수가 줄어들어야 하는 것은 맞다. 정부는 여러 대학이 서로 통합하거나 연합대학을 형성하여 경쟁력을 갖추도록 도와야 하며, 사립대학의 교직원 인건비, 연구개발 비용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정부 연구비의 수주액이 일정 수준 넘는 대학을 제외하고 나머지 대학의 대학원생 등록금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여력이 없다면 먼저 기초과학, 기초인문학의 대학원생을 먼저 지원하고 단계적으로 지원을 확대하면 된다. 교육과 연구에 아무런 투자도 할 수 없는 식물 대학을 만드는 것은 우리 스스로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려 하등 국가로 전락하는 지름길이다. 우리나라가 세계의 강국으로 우뚝 서기 위해서 싸구려 교육을 혁파하고, 정부가 사립대에 과감한 재정지원을 해야 한다.

/이재우 미래학회 회장·인하대학교 교수



경인일보

제보안내

경인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자 신분은 경인일보 보도 준칙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며, 제공하신 개인정보는 취재를 위해서만 사용됩니다. 제보 방법은 홈페이지 외에도 이메일 및 카카오톡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 이메일 문의 : jebo@kyeongin.com
- 카카오톡 ID : @경인일보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에 대한 안내

  • 수집항목 : 회사명,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 수집목적 : 본인확인, 접수 및 결과 회신
  • 이용기간 :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기사제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익명 제보가 가능합니다.
단, 추가 취재가 필요한 제보자는 연락처를 정확히 입력해주시기 바랍니다.

*최대 용량 10MB
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