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보호 문제를 두고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 간 심각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인천 서구 검단동 한 아파트에 있는 '길고양이 급식소'는 지난해 여름부터 최근까지 10여 차례 파손됐다. 길고양이 급식소는 이 아파트와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캣맘'들이 길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주려고 설치한 것이다. 캣맘들은 단지 내에서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걸 반대하는 주민들이 급식소를 부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먹이 주지 마라" vs "학대 의심"
서구 "설치·철거 관련 법령 부재"
길고양이를 둘러싼 아파트 주민들의 갈등은 2~3년 전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캣맘들이 아파트 단지 내에서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자 "흩어져 있는 밥그릇이 아파트 경관을 해치고, 고양이로 인해 피해가 생기고 있다"는 주민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캣맘들은 '길고양이 학대는 범죄 행위입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아파트 인근 도로에 내걸기도 했는데, 이를 본 아파트 주민들이 "우리 주민들을 잠재적 학대자로 취급한다"며 서구청에 민원을 제기해 현수막이 철거되는 일도 있었다.
길고양이 급식소가 자꾸 부서지자 캣맘들은 아파트 내 공원에 '길고양이를 학대하면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서구청에 요구해 달았다. 이후 길고양이 급식소와 현수막을 치워달라고 서구청에 요구하는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도 잇따르고 있다.
급기야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새끼 길고양이 4마리가 아파트 단지와 인근 화단에서 잇따라 죽은 채 발견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아파트 주민인 캣맘은 "죽은 새끼 고양이 1마리는 두개골이 파손돼 죽었다는 수의사 소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서구청 관계자는 "길고양이 급식소 등 설치와 철거의 기준이 되는 관련 법령이 부재한 상황이라 길고양이 보호와 관련해 주민들이 서로 합의가 안 되는 경우가 있다"며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했다.
/백효은·이수진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