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권선동에서 배달 삼겹살 전문점을 운영하는 이모(42)씨는 최근 소주와 맥주 등 주류 배달 판매를 중단했다. 손님이 비대면 배달을 원하면 배달 라이더는 음식을 문 앞에 두고 가기 때문에 신분 확인이 어려워서다.
업주들 사이에선 비대면 주류 배달을 해놓고 자신이 미성년자임을 밝혀 고액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이씨는 "보통 주류 주문은 1주일에 3~4건 들어오는데 자칫 미성년자에게 판매할 경우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주류 배달 판매 중단의 이유를 설명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집에서 술을 먹는 '홈술족'들이 늘어나 주류 배달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점주들은 주류를 배달 판매할 경우 비대면 요청 등으로 인해 신분 확인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난감한 상황에 놓인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자칫 미성년자에 술을 판매하다 적발될 경우 모든 피해는 점주가 감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적발되면 점주가 모든 피해 감당
괜히 일 엮일까 판매 중단하기도
18일 배달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등 배달앱 3개사는 음식 가격을 넘지 않는 선에서 맥주와 소주 등 주류 배달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지난 2016년 국세청이 '주류 양도·양수 방법에 대한 고시' 제11조가 개정되면서 주류 배달 판매의 근거가 마련됐다.
업계는 최근 배달비, 원재료 가격 등의 상승으로 매출이 하락했으나 주류 판매로 수익구조 개선에 나설 수 있어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주류 판매시 신분 확인이 어렵다는 점은 점주들의 골머리를 앓게 하고 있다. 배달시 코로나19를 이유로 문 앞에 두고 가라고 하거나 의도적으로 문을 열어주지 않고 문 앞에 두고 가도록 유도하는 등 신분 확인을 피하는 방법도 늘고 있다.
현행법상 배달앱으로 주류 구매시 성인인증을 하도록 돼 있고, 배달 라이더가 현장에서 반드시 신분확인 후 주류를 건네야 한다. 하지만 여러 곳을 돌면서 배달하는 라이더 특성상 신분 확인 등을 통해 시간이 지체되면 손해이기 때문에 대부분 손님들의 비대면 배달 요청을 들어주곤 한다.
요청한 손님이 미성년자일 경우 점주들은 영업정지 2개월과 함께 청소년보호법 위반으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100만여명 규모의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도 이런 하소연이 즐비하다.
자영업자 A씨는 "주류 배달시 대행 기사들에게 신분 확인을 요구해도 다양한 방법으로 대면 배달을 피해 난감하다"고 토로했으며, 또다른 자영업자는 "미성년자에게 판매시 처벌이 크기 때문에 주류의 비대면 배달 요청시 주문 자체를 취소한다"고 말했다.
/서승택기자 taxi22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