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 집으로 송부된 법원경매통지서
19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가 인천지방법원으로부터 받은 매각기일 및 매각결정기일통지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2023.1.19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말뿐인 지원 대책은 피해자들에겐 희망고문입니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A(40)씨는 설 명절을 앞두고 한숨만 늘었다. A씨는 전셋집을 경매로 낙찰받은 새 집주인으로부터 1월 말까지 집을 비우라는 통보를 받았다. 2년 동안 살던 집에서 전세보증금 7천5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한 채 쫓겨날 위기에 처한 A씨는 빚을 내서라도 지낼 곳을 마련할 테니 퇴거 일을 조금만 미뤄달라고 집주인에게 사정할 수밖에 없었다.

'전셋집 낙찰' 12가구 퇴거 위기…
市, LH 협의 공공임대 113채 확보
區 "물량 한정돼… 市 지침 따를것"


집주인의 배려로 한 달의 시간을 겨우 번 A씨는 전셋집을 구할 여력이 없어 월셋집을 구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전세보증금 대출 상환 만료 시점까지 다가오고 있어 A씨는 금리 7.5%에 신용대출을 추가로 받았다. 올해 결혼을 계획하고 있다는 A씨는 암담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A씨는 "매각 기일이 잡히고 낙찰자가 결정될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가장 힘들었다"며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대책으로 인천시가 마련한 긴급 주거지원 대책은 아직 안내받은 사항이 없어 희망고문이나 다름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경매를 앞둔 다른 피해자들의 전셋집도 낙찰이 시작되면 같은 일을 겪게 될 텐데 하루라도 빨리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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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의 배려로 한 달의 시간을 겨우 번 A씨는 전셋집을 구할 여력이 없어 월셋집을 구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전세보증금 대출 상환 만료 시점까지 다가오고 있어 A씨는 금리 7.5%에 신용대출을 추가로 받았다. 사진은 전세사기 피해자 집으로 송부된 법원경매통지서. 2023.1.19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는 미추홀구 일대 12가구가 A씨처럼 전셋집이 낙찰돼 퇴거해야 할 처지인 것으로 파악했다.

인천시는 최근 긴급 주거 지원을 위해 국토교통부, LH와 협의해 인천지역 내 공공임대주택 113채를 확보했으나, 지원 대상자 선정 작업은 더딘 상황이다.

미추홀구청 전세사기 TF팀 관계자는 "공공임대 물량이 한정돼 있어 소득 수준 등 우선순위를 정해 대상자를 선정할 수밖에 없다"며 "인천시 지침이 내려오면 신속하게 피해자들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천시청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입주자 선정에 형평성 문제가 없도록 LH,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세부 내용을 논의 중"이라며 "심사 절차가 언제 진행되고 누가 입주하게 될지 구체적으로 밝히긴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대책위 "600여 가구 신속 대책을"


전셋집을 비워야 하는 피해자들은 속이 타들어 간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 안상미 위원장은 "경매 진행 중인 가구는 대책위가 파악한 것만 해도 600여 가구에 달한다"며 "구청에선 긴급 주거지원 대상자 선정과 관련해 협의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낙찰을 앞둔 피해자들에겐 신속한 주거 지원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LH 인천지역본부 관계자는 "본사에서 세부 방안이 정해져야 임대주택 지원 물량이 확정될 것"이라며 "LH가 매입해 보유하고 있는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물량이 크게 늘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