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현장 자료사진. 기사내용과는 관련 없음. /경인일보DB |
공사 현장에 피워 놓는 석탄류 가스에 작업자들이 질식하는 '후진국형 사고'가 경기도에서 연이어 발생하고 있으나 개선은 먼 일이다.
지난 31일 오후 용인시 처인구의 아파트 공사장에서는 작업자 1명이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숨졌다. 콘크리트를 양생하려 피워놓은 갈탄 연기에 질식된 사고였다. 파주시 동패동에서 비슷한 사고가 난 지(2022년 12월19일자 7면 보도=건설현장 일산화탄소 중독 반복… 겨울철 작업자 안전은 살얼음판) 한 달여 만이다.
일산화탄소 중독 위험이 도사리는 갈탄과 숯탄 등을 사용하는 공사 현장은 도내에만 최소 27곳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건설노동조합이 지난해 12월 9일부터 23일까지 전국 434곳의 건설 현장을 조사한 결과 연탄류를 피우는 곳은 화성 4곳, 이천과 파주 3곳 등으로 경기도가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현장에서도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으나 비용부담과 공사기간을 이유로 계속 사용하는 실정이다. 등윳값이 올라 열풍기를 24시간 틀기엔 연료비 부담이 큰 데다, 겨울철 석탄 난로 없이 콘크리트를 굳히는 건 마감 기한이 없을 때 가능한 이야기다.
용인 아파트 공사장서 작업자 질식
콘크리트 양생하려 피운 갈탄 원인
공기 단축하려 서두르다 사고 반복
수원 권선구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작업자는 "공사 기간이 정해져 있으니 당연히 (석탄류를) 피워야 한다"고 말했다.
잇따른 사고에 공사 기간 자체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세중 전국건설노동조합 노동안전보건부장은 "한파 때는 콘크리트 타설을 하면 안 된다는 규칙이 있으나 권고일 뿐 지켜지지 않는다. 겨울철에는 공기를 늘려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공사 기간을 규제하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공기가 늘어 예정됐던 입주 날짜를 맞추지 못할 경우 입주예정자와의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공정마다 기간, 투입 인원이 제각각인 터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힘들다. 특히 하도급 구조로 업무가 이뤄지는 건설 현장에서는 공기를 하루라도 단축해야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기에 개선이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적확한 원인 진단과 함께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건설 현장 하도급 구조 아래서 모든 결정은 작업자의 '안전' 대신 '비용'으로 책정되기에 질식 사고가 반복되는 것"이라 짚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열풍기 원료인 등윳값을 원청이 보전해주며 석탄류를 쓰지 않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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