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내 성범죄자 86% '한국형 제시카법' 범위내 거주

학교 등 500m내 제한 추진
입력 2023-02-02 19:49 수정 2023-02-02 20:35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2-03 1면

박병화 거주지 스케치 (1)
25일 오전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가 거주하는 화성시의 한 원룸촌 인근에 박병화의 보호관찰소 입소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3.1.25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고위험 성범죄자 거주지를 제한하는 '한국형 제시카법'이 적용될 경우 경기도내 성범죄자의 80% 이상이 거주지를 옮겨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시설이 몰려 있는 대도시는 사실상 거주 가능한 지역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도심과 비도심 간 차별을 조장한다는 지적이다.

법무부는 지난달 26일 학교 등 교육시설 반경 500m 이내에 재범 위험성이 높은 고위험 성범죄자를 거주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른바 '한국형 제시카법'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제시카법은 교육시설, 공원 등의 특정 거리 내에 성범죄자가 거주하지 못하게 제한하는 법으로 현재 미국 42개 주에서 시행 중이다. 법무부는 이 같은 취지의 전자장치부착법 개정안을 오는 5월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610명… 수원 71명·고양 35명 등
시행땐 비도심 우범지대화 우려


'500m 인근 제한' 기준이 적용될 경우 도내 성범죄자 상당수가 거주 제한구역에 살고 있는 상황이 된다. 지난 1일 기준 '성범죄자알림e'에 등록된 도내 성범죄자 707명 가운데 학교, 어린이집 등 미성년자 교육기관 반경 500m내에 거주하는 성범죄자는 610명(86.2%)이다. 같은 조건으로 집계했을 때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많은 수다. 서울의 전체 성범죄자 수(424명)보다도 200여명 더 많았다. 

 

도내 지자체 간 편차도 나타났다. 수원시는 성범죄자 74명 중 제한구역 거주자가 71명(95.9%), 용인시는 23명 중 20명(86.9%), 고양시는 41명 중 35명(85.3%)으로 비율이 높은 반면 화성시는 32명 중 19명(59.3%), 안성시와 광주시는 각 22명 중 13명(59.0%), 여주시는 15명 중 5명(33.3%)이다. 인구밀도가 높거나 교육시설이 몰려 있을수록 거주 제한 구역이 넓게 나타나 이러한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대도시 생활권에서는 성범죄자를 사실상 거주할 수 없도록 하면서 비도심 지역을 우범지대로 만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법무부는 반복적 성범죄자, 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범죄자 등 고위험군 기준을 별도로 마련해 이에 해당하는 경우만 거주지를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법원으로부터 신상공개 명령을 선고받아 주소가 공개된 성범죄자들 가운데서도 고위험군으로 판정된 자들만이 해당돼 거주 제한 대상자는 그보다 적을 것이란 전망이다.

법무부, 고위험군만 제한적 실시
"유럽은 지역편중 탓 도입 안해"


다만 이들이 옮겨갈 지역사회의 불안감은 여전할뿐더러, 거주제한 정책의 취지 자체도 국내 실정에 부적합해 실효성이 크지 않을 거란 지적이 나온다.

이은의 변호사는 "한국과 영토가 비슷한 유럽 국가들도 지역 편중 문제 등으로 제시카법을 차용하는 국가는 거의 없다"며 "미국에서 제시카법이 도입됐던 취지도 아동 성범죄를 엄벌하도록 형량을 강화하고 보완적으로 거주 제한 조건을 내걸었던 것이다. 우리나라도 현재 시행 초기인 보호처분 조치 등을 충분히 정착시킨 뒤 궁극적으로 양형 기준을 강화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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