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조례청구 활성화, 기준 완화보다 자치회 참여 유도를"

성공 사례 드물고 유명무실 전락… 존속·보완 방향 모색
입력 2023-03-01 19:57 수정 2023-03-01 20:58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3-0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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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의회 본회의장 모습. /경인일보DB
 

조례제정으로 이어진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어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한 주민조례청구제도지만, 경기도와 경기도의회 등 지방자치단체 및 의회가 이 제도를 존속·보완시켜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탈중앙화'. 즉 지방자치·분권이어서다.


전문가들은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무조건적인 청구기준 완화보다 주민자치회 활성화·지방의원과 주민 간 연계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참정권 보장 '지방 2.0 시대' 중요
본인 서명 인증 등 절차 까다로워
성평등 조례 땐 요건 갖춰도 기각
개인보다 단체 중심 진행 대부분


■ 주민조례청구 왜 중요한가


=주민조례청구제가 중요한 배경은 지방자치의 존재 이유인 주민이 직접 정책을 만들 수 있는 '창구'여서다.

과거에는 주민 의견이나 생각을 정책에 담으려면 주민들이 관공서에 민원을 제기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민원 수요가 점차 늘면서 주민이 단체장에게 투서를 하는 식의 청원이 보편화 됐고 지난 정부 들어 '국민청원제'가 본격 실시되면서 청원제도가 일상 깊숙이 자리 잡았다.



주민조례청구제는 민원과 청원제도보다 발전한 형태의 주민 참정권을 보장한다. 강화된 참정권을 뜻하며 더욱 발전된 지방자치를 지향하는 '지방자치2.0시대'가 나아가야 할 길이기도 하다.

중앙·지방정부에서도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등 변화가 있어 왔다.

도입 초기에는 '100분의 1 이상' 서명을 받아 조례안을 청구할 수 있었지만, 2021년에는 각 지역 인구의 '200분의 1 이상'으로 완화된 바 있고, 또 지난해부턴 전면개정된 지방자치법 시행으로 인해 '350분의 1 이상'으로 단계적으로 대폭 완화했다. 청구연령도 19세 이상에서 18세 이상으로 줄었다.

■ 조례안 청구부터 요건충족까지…'산 넘어 산'


=청구를 직접 진행해본 시민단체들은 접근성에 한계가 있다고 지목했다.

주민들이 직접 조례안을 작성하기엔 전문 지식이 필요한데, 주민 개인이나 소수가 조례안을 만들기는 어렵다는 의견이다. 또 청구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온·오프라인 서명운동을 진행하는데, 온라인을 통한 서명 참여 시 본인 인증 과정 등 절차가 복잡해 서명에 참여하려고 해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김현정 경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시민단체처럼 조직이 있어도 청구 접수하기가 어려운데 개인이 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며 "온라인 서명 역시 본인인증 과정이 까다로워 스마트폰이나 PC 사용이 서툰 노인들은 참여하려다가도 포기하는 일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주민조례청구를 하기 위해서는 청구희망자가 조례안 초안을 만든 뒤 각급 지방의회에 대표자증명서 발급신청을 하는 등 절차를 밟아야 한다.

지방의회가 청구가 가능하단 증명서를 발급하면, 청구자와 서명을 대신 받을 수 있는 '수임자'가 청구조례안을 갖고 6개월간 주민에게 서명을 받는다. 청구 서명요건을 충족하면 청구자가 지방의회에 청구인명부를 제출, 의회는 청구사실에 허위가 없는지 검증 절차를 거치며 이상이 없을 경우 조례청구 수리를 해 마침내 지방의회에 회부된다.

수리된 조례안은 1년 이내에 심의·의결해야 하지만, 성평등 조례안처럼 일부 조례안의 경우 청구요건을 갖췄음에도 정치상의 이유로 상임위원회에 상정조차 못한 채 기각되기도 한다.

■ "'단체'보다 '개인'이 제도의 주인돼야"

=절차가 복잡하고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보니 주로 주민 개인보다는 시민·종교단체 등을 중심으로 청구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조례청구제의 본래 취지는 주민 개인이 조례안을 발의하는 데 있다며 절차상 복잡성 등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단체 위주로 조례청구가 이뤄지는 현 상황에도 개선해야 할 사안이 있다고 짚었다. 실제 청구요건을 충족한 전국의 모든 청구안은 단체가 주도했다.

이에 제도 접근성을 높여 단체가 아닌 각 읍·면·동에 설치돼 있는 주민자치회를 매개로 조례 청구 활동이 활성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제언이다. 또 조례안 작성에 필요한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의원이나 지방의회 전문위원 등이 청구 과정에 애로를 겪는 주민들을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육동일 충남대 자치행정학 명예교수는 "주민들의 직접 참정권을 강화하기 위해 청구제도가 마련됐는데, 현실적인 여건으로 활성화되지 않고 주로 시민단체 등 이익집단을 중심으로 청구가 이뤄져 왔다"며 "본래 제도 취지는 지역에 꼭 필요한 조례를 주민이 직접 만들 수 있도록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주민 개인이 나서 청구가 어렵다면 주민자치회를 중심으로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명종원기자 light@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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