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8일 열리는 조합장선거가 한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번이 전국적으로 동시에 실시되는 세 번째 선거임에도 유권자들은 정책 선거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은 점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공약을 알기 어려워 세평에 의존해야 하고, 현직 조합장 외에 다른 후보들의 면면은 살피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각 지역농협, 축협, 수협, 산림조합은 당초 각각 조합장을 선출했지만 선거 때마다 혼란이 컸던 만큼 2005년부터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위탁받아 관리하고 있다. 이어 2015년부터는 모든 조합이 동시에 선거를 실시하고 있다. 동시조합장선거 체제가 되면서 준법 선거 분위기가 더 활성화됐다는 평이다.
공직선거와 비교해 여전히 깜깜이
다만 유권자들인 일선 조합원들은 일반 공직선거와 비교하면 여전히 깜깜이 선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제3회 동시조합장선거를 한달 앞둔 8일 경기도내 여러 조합의 유권자들에게 선거에 대한 생각을 물으니 "후보들의 면면을 알기가 어렵다"는 답변이 주를 이뤘다. 구조적으로 후보들의 공약을 알 기회가 적어 세평에 의존해야 하는데, 그러다보니 인신공격 등이 난무해진다는 것이다.
경기남부지역의 한 농협 조합원은 "우리 조합원들에게 각 조합장 선거는 사실 굉장히 중요한 선거다. 일반 공직선거 역시 유권자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제대로 의미를 가질 수 있듯, 조합장 선거도 그렇다. 그런데 주변에 보면 관심 있는 유권자들만 참여한다. 이 선거가 각 조합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체감이 돼야 할텐데 관심을 갖게 하는 요인이 적은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정책 선거보다는 인물 위주의 선거로 치닫는 분위기가 유권자들의 관심을 낮추는 한 요인이 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인근 지역의 다른 농협 조합원은 "후보들의 정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나 기회가 없어서 혈연이나 학연, 지연 위주가 된다. 현직 조합장이 유리한 이유이기도 하다"라며 "공약 중심의 선거가 되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또 다른 지역의 농협 조합원도 "모든 선거가 그렇지만 특히 조합장 선거는 근거 없는 상호 비방이 난무한다. 일반 선거와 달리 조합장 선거는 후보자간 정책 토론회도 없고 조합 총회가 열려도 현직 조합장만 기회가 있을뿐 다른 후보들의 정견까지 들을 자리는 마련되지 않는다"며 "사실관계를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고 후보들을 좀 더 객관적으로 판단할 자리를 마련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2019년 선거 당시에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왔지만 유권자들의 알 권리를 확대할 수 있는 제도 개편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한 게 한 요인이 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020년 동시조합장선거 등에도 예비후보자 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여전히 서랍 속에 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