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셍 숨진 논현동 아파트
8일 오전 온몸에 멍이 든 채 숨진 초등학생 A(12)군이 살던 인천시 남동구 한 아파트 현관에 출입금지를 알리는 폴리스 라인이 설치되어 있다. 2023.2.8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인천의 한 초등학교 5학년 남자아이가 온몸에 멍이 든 채로 숨을 거둔 사건이 벌어졌다.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친부 A(39)씨와 계모 B(43·여)씨를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8일 밝혔다.

A씨 부부는 인천 남동구 자택에서 초등학교 5학년생 아들 C(11)군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하루 전날인 7일 오후 1시44분께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119에 직접 신고했다. C군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국과수 부검 결과 "다발성 손상" 확인돼
숨진 C군의 몸에는 타박흔으로 추정되는 멍 자국이 여러 개 발견됐다. 타박흔은 외부 충격으로 생긴 상처를 뜻한다. 국립과학수사원이 8일 C군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다발성 손상이 확인된다"며 "정밀 검사를 통해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겠다"는 1차 구두 소견을 경찰에 밝혔다.

A씨 부부는 학대 혐의에 대해 일부 인정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훈육을 위해 아이를 때린 사실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검결과 '타박흔' 추정 여럿 발견
작년 11월 홈스쿨링 통보 미등교

 

부모 "훈육 위해 때린 사실 있어"


경찰은 A씨 부부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해 평소 대화 내용이나 포털사이트 검색어 등을 확인하고, 사진 등 학대 관련 증거가 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동네 주민들은 C군을 유난히 말랐던 아이로 기억했다. 한 주민은 "요즘 보기 드문 3명의 자녀를 둔 가정이어서 아이들의 모습을 기억한다"며 "행복한 가정이라고 생각했는데, 한 이웃으로부터 아이(C군)가 추운 날씨에 얇은 옷만 입은 채 구석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고 들은 적이 있어 깜짝 놀랐다"고 설명했다.

장기 결석 집중관리대상 학생이었지만…
A씨 부부는 지난해 11월24일 "필리핀 유학을 준비하고 있어 홈스쿨링을 한다"며 학교 측에 통보했다.

C군은 이날부터 등교하지 않았다. 학교를 장기 결석하기 전에도 가정학습과 교외체험학습을 57일이나 사용하며 학교에 자주 빠졌던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교육 당국이 한시적으로 체험학습 일수를 늘려줬으나, A씨 부부는 하루도 남기지 않고 허용 일수를 모두 사용했다.

홈스쿨링을 하겠다는 A씨 부부의 연락을 받은 이후 학교 측은 C군을 미인정결석 학생이자 집중관리대상으로 분류했다. 인천시교육청의 '미취학·미인정결석 학생 관리 매뉴얼'에는 미인정결석 학생 가운데 홈스쿨링을 하거나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아동 등은 집중관리대상으로 지정해 관리하도록 규정돼 있다.

학교측, 2차례 통화에 '이상 없음'
장기 결석엔 적극적 대응 지적도

학교 측은 지난해 12월1일 C군을 직접 데리고 학교에 찾아온 B씨와 상담했다. 이어 매뉴얼에 따라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2차례에 걸쳐 C군과 통화한 학교 측은 아이의 안전에 이상이 없다고 인천시교육청에 보고했다.

특히 학교 측은 C군이 숨지기 전날인 지난 6일에도 B씨와 전화로 연락했지만, C군과의 통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새 학기를 앞두고 학교 정원 관리를 위해 C군의 유학 여부와 시기 등을 문의하는 연락이었기 때문이다.
허점 드러낸 인천시교육청 매뉴얼
인천시교육청 미취학·미인정결석 학생 관리 매뉴얼에는 아동학대 의심 수사가 필요한 경우 경찰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학교 측은 C군에게서 학대 피해 정황이 확인되지 않아 경찰 협조 요청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았다고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를 두고 장기 결석 아동에 대해 학교 측이 더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장기 결석한 초등학생들이 학대로 숨지는 사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3월 인천 중구 영종도에서는 가정학습과 교외체험학습을 이유로 장기간 결석한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 부모의 학대로 목숨을 잃었다.

 

이 학생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등교와 원격 수업을 병행한 2020년 5월부터 2021년 3월 사망 전까지 교외체험학습을 신청하며 학교에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다. 학교 측은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고자 가정방문을 하려 했지만, 부모는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방문을 피했고, 아이는 결국 숨졌다.

인천시교육청 "보완책 마련할 것"


인천시교육청은 유사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미인정결석 학생 매뉴얼을 보완하겠다고 8일 밝혔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B씨가 아이를 데리고 학교로 찾아왔고, 이후 유선상으로 아이의 소재를 확인했기 때문에 담임 교사 등 학교 측이 가정방문까지는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며 "매뉴얼의 한계가 확인된 만큼,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김주엽·이수진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