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 소재 A 공립유치원은 1년 동안 시설 공사비로 27억2천여만원을 사용했다. A 유치원은 2007년 지어진 B 사립유치원을 25억여원에 매입해 공립으로 전환한 매입형 유치원이다.
하지만 지난해 3월 개원하자마자 5개월 동안 23억2천여만원을 들여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했다. 엘리베이터 확충, 화재 안전시설 마련 등이 진행된 대규모 공사였던 터라 이 기간 인근 초등학교 교실을 빌려 유치원을 운영했다. A 유치원은 현재도 4억여원을 추경해 외벽 단열재 교체 공사를 오는 3월 말까지 진행하고 있다.
A 유치원에서 1㎞ 떨어진 곳에 위치한 지하1층·지상3층 규모의 C 사립유치원은 오는 3월 개원한다. 지난해 2월 착공에 들어간 C 유치원은 B 유치원과 상호명이 유사하다. B 유치원 원장이 유치원 매입 후 C 유치원을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
C 유치원은 교실 내 화장실, 엘리베이터, 실내 수영장 등 신식 시설을 갖췄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신도시에 위치해 학부모들의 반응이 좋은 편이다. 지난달 세 차례에 걸친 입학 설명회에서 각 회차당 학부모가 100명씩 몰렸다.
사립 25억에 사들여 공립 전환
시설 공사비로만 27억2천만원
'공교육 기회 확대' 부작용 우려
매입형 유치원이 시설 노후화로 인해 개원 후 개보수 공사를 끊임없이 진행하면서 교원과 학부모가 불만(2월10일자 5면 보도='평균 70억' 매입형 유치원… 교원도 학부모도 불편)을 토로하는 가운데, 한 매입형 유치원에선 부지 매입비보다 시설 공사비가 더 들어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사실상 자격 미달 사립유치원을 매입형 유치원 사업에 선정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A 유치원의 전용면적(899㎡) 대비 리모델링 비용이 공립유치원 신설 비용보다 비싸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10여 년 동안 유치원과 어린이집 설계 및 리모델링을 해온 한 건축업체 관계자는 "20억여원이면 3.3㎡당 700만원 정도 리모델링 비용이 들었다는 건데, 업계에서 가장 비용이 비싸다는 유명 대기업 직장 어린이집 신설 비용보다도 비싼 편"이라고 의아해했다.
일부 매입형 유치원이 공교육 기회 확대보다는 재정이 열악한 사립유치원의 출구전략으로 사용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매입형 유치원 정책을 시작할 때 공약했던 '공립유치원 40% 취원율 달성'도 이루지 못했다. 공교육이 필요한 곳에 매입형 유치원이 설립되지 않은 것이다. 일부 사례를 보면 오히려 사립유치원이 시장에서 철수할 때 출구전략으로 사용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