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마음속 파고드는 낭만,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

'로미오와 줄리엣'이 경험담이라면… '이것이 연극의 묘미'
입력 2023-02-15 13:56 수정 2023-02-15 17:58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2-16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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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인 러브 공연 장면. /쇼노트 제공

16세기 런던. 써지지 않는 글, 비어있는 원고지를 두고 괴로워하는 그 윌리엄 셰익스피어. 대중의 기대를 짊어진 신인 작가는 자신의 영감을 찾아줄 '뮤즈'가 절실하다.

한편에선 극장주인 헨슬로가 고리대금업자 페니맨에게 돈을 갚지 못해 협박을 받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겠다고 말해버리고, 그렇게 얼렁뚱땅 시작한 연극을 만들기 위해 오디션이 진행된다. 여성은 무대에 설 수 없었던 시절, 연극을 동경하던 비올라는 '켄트'라는 이름으로 남장을 한 채 오디션을 보고 이후 셰익스피어와 비올라는 연회에서 운명처럼 만나게 된다.

부호의 딸인 여자 주인공과 가난한 극작가인 남자 주인공. 신분의 차이 속에서도 서로에게 이끌리는 그들의 이야기는 '로미오와 줄리엣'과 닮았다.
명령에 따라 정략결혼 해야 하는 비올라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는 셰익스피어
런던 시대상 바탕으로 작품 영리하게 엮어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로미오와 줄리엣'이 셰익스피어 자신의 사랑 이야기에서 탄생했다는 상상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아버지와 여왕의 명령에 귀족 웨섹스 경과 정략결혼을 해야 하는 비올라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는 셰익스피어. 극은 당시 런던의 시대상을 바탕으로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영리하게 엮어냈다.

특히 '로미오와 줄리엣'을 대표하는 발코니 장면에서 셰익스피어가 친구 말로우의 도움을 받아 읊어내는 '셰익스피어 소네트 18'처럼 극은 셰익스피어가 써낸 아름답고 유려한 문장과 사랑의 감성이 묻어있는 대사들이 이따금 씩 마음속을 파고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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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인 러브 공연 장면. /쇼노트 제공
티켓값이 무대세트에 쓰였다고 평가할 만큼
무대의 장치들 계속해서 움직이며 장면 전환
산만함 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흡입력 충분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정형화된 연극이라는 장르에서 나아가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충실하게 반영했다.

많은 관객이 "내가 낸 티켓값이 무대세트에 쓰였다"고 평가할 만큼 무대에 공을 많이 들였다. 무대의 장치들이 계속해서 움직이며 지루할 틈 없이 장면을 전환시키는데, 뒤에서 무대가 회전하거나 아래에서 또 다른 세트가 올라오는 것, 걸음에 맞춰 무대의 단이 움직이는 등의 포인트들이 동선과 스토리에 세밀하게 맞춰진 듯했다.

다만 이러한 장치들이 많다 보니 다소 분주하거나 산만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없지 않았으나 이러한 의도적 장치들은 관객들이 극에 빠져들게 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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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인 러브 공연 장면. /쇼노트 제공
15명의 배우가 각자 자리서 연기 펼치는 모습
파노라마처럼 연출 '연극 묘미' 맛볼 수 있어
셰익스피어 작품의 '또 다른 낭만' 엿보게 해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3월 26일까지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선술집 세트가 올라오며 15명의 배우가 각자의 자리에서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치고 있는 모습이었다. 무대의 왼편에서 오른편까지 각각 다른 표정과 행동을 하고 있는 배우들의 모습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연출되는데, 이 장면을 꽤 유심히 살펴보며 '이것이 연극의 묘미지'란 생각을 떠올렸다.

우여곡절 끝에 연극을 무대에 올리며 빨간 커튼을 사이에 두고 무대 뒤에서 일어나는 일과 배우들의 모습을 관객들의 입장에서 볼 수 있게끔 다이나믹하게 보여주던 장면 또한 흥미로웠는데, 무대 앞 로미오와 줄리엣의 장면에 깊이 몰입하고 열연하는 모습과 대조적이면서도 배우들의 연기력에 또 한 번 감탄할 수 있었던 지점이었다.

이 극의 결말은 그저 옛날 동화처럼 '왕자와 공주님은 결혼해서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다'로 마침표를 찍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이 진정으로 사랑했던 글과 연극, 그리고 서로에 대한 진심들이 시너지를 내며 셰익스피어 작품의 또 다른 낭만을 엿보게 한다. 극 중에서 엘리자베스 여왕이 말한 '연극이 사랑의 본질과 진실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극을 보는 내내 맴돈 이유이다. 공연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3월 2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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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인 러브 공연 장면. /쇼노트 제공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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