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피싱 '시크릿톡' 집중추적
주소지·사업자등록번호 전부 명의 도용… '신종 피싱' 시XX톡·디XX 모든게 가짜
17일 오후 찾은 인천 연수구의 '시XX톡' 사업장 소재지. 전혀 다른 업종의 중소기업이 해당 사무실을 쓰고 있었다. 2023.2.17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
사기 의혹을 받는 신종 피싱 '시XX톡'과 '디XX'(2월17일자 5면 보도=구매대행서도 신종 피싱사이트 같은 방식 범죄 정황)이 일반 시민 집 주소와 사업자등록번호를 도용해 '페이퍼컴퍼니'를 운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해외에 기반을 둔 IP 주소를 무기로 현재도 사기 행각을 버젓이 이어가는 상황이다.
지난 17일 오후 찾은 인천 부평구 한 오피스텔. '디XX'이 얼마 전까지 사업장 주소로 등록한 곳이다. 인터폰으로 세대 호출을 한 뒤 '디XX' 관계자를 만나러 왔다고 하자 한 중년 여성이 "여기는 일반 가정집"이라며 한달음에 1층 출입구로 달려 나왔다.
온라인 쇼핑몰과는 전혀 상관없는 직종에 종사한다는 하모씨는 구매대행 사기 사이트에 자신의 집이 사업장 주소로 등록된 줄 알지 못했다. '디XX'에서 벌어진 피싱 범죄 설명을 듣자 하씨는 바로 인근 파출소로 가 신고하겠다고 했다.
이날 찾은 인천 연수구 송도BT센터에 있다는 '시XX톡' 역시 다른 중소기업 D회사가 사무실을 쓰고 있었다. D회사는 목재 도매업으로 업종 등록이 돼 있으며, 이날 사무실 문은 잠겨 있었다. D회사 맞은편 사무실에서 일하는 다른 업체 직원은 "D회사는 인테리어 자재와 관련된 회사라고 알고 있다. 온라인 채팅이나 서버 쪽 회사는 아니"라고 말했다.
페이퍼컴퍼니 운영해 사기 행각
해외기반 IP… 경찰 수사도 난관
이렇게 주소나 명의 등을 도용해 사기를 벌이는 탓에 피해 여파는 소상공인에게까지 이어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디XX'과 '시XX톡' 사업자등록번호를 조회하니 각각 대구와 부산 소재 사업장이 나왔다. 명의를 도용당한 이 업체 관계자들은 해당 사건을 이미 알고 있으나, 마땅히 해결할 방안이 없어 손을 놓고 있다고 한다.
17일 오후 찾아간 인천 부평구의 '디XX' 사업장 소재지 모습. '디XX'는 사이트에 이곳을 사업체 주소로 등록해놨으나, 해당 호수는 일반 가정집이었다. 2023.2.17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
'디XX'에게 명의를 도용당한 대구의 온라인 잡화 판매 업체 대표 김모(30대)씨는 "2주 전쯤 처음 '디XX' 피해자들에게 항의 전화를 받고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8년 동안 같은 이름으로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처음 겪는 일"이라며 "경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에 신고했지만 직접 금전 피해를 본 게 아니라 고소하기 힘들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시XX톡'이 등록한 사업자등록번호는 부산에 있는 C회사로 홈페이지 디자인 제작 업체다.
C회사 직원은 "피해자분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우리 회사에 연락하곤 한다"며 "상황이 심각해 경찰에 바로 신고했다. 처음에는 사이버 범죄로 분류됐다가 나중에는 경제팀으로 사건이 넘어갔다. 담당 형사는 직접 피해를 본 게 없다며 고소 취하를 제안했다"고 털어놓았다.
협박과 사기, 명의도용 피해가 잇따르지만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하는 실정이라 추적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시XX톡'은 일본 도쿄에, '디XX'은 홍콩에 서버를 두고 있다.
한편, '시XX톡' 관련 신고가 전국적으로 접수돼 경찰은 공조 수사 진행 여부를 검토 중이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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