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120억원대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된 건축업자 A씨(2월21일자 6면 보도=126억대 사기 '인천 건축왕' 구속)와 오피스텔 월세 계약을 맺은 임차인들도 쫓겨날 처지에 놓인 것으로 확인됐다.
B(35)씨는 지난 2020년 5월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해 계양구 한 오피스텔 월세 계약을 체결했다. B씨는 당시 A씨를 해당 오피스텔 집주인으로 알고 보증금 3천500만원, 월세 40만원 조건으로 계약했다.
집주인이 미추홀구 전세사기 혐의로 조사받고 있는 A씨라는 것을 전해 들은 B씨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자신이 거주하는 오피스텔의 등기부 등본을 확인, 계약 전인 2020년 4월 신탁 등기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월세 계약 당시 사실 숨겨" 분통
법적으로 계약 원천무효·불법 점유
보증금 한 푼도 못 받을 가능성 커
B씨는 오피스텔을 소유한 A씨가 건물 소유권을 부동산 신탁회사에 넘긴 뒤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신탁이 설정된 부동산은 소유권을 가진 신탁회사가 동의하지 않으면 월세 등 임대차 계약이 원천 무효가 된다. B씨는 월세 계약 당시 A씨가 신탁회사의 동의를 받지 않았고, 소유권이 신탁회사에 있다는 사실을 숨겼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B씨는 언제라도 신탁회사가 요구하면 집을 비워줘야 한다. 법적으로 오피스텔을 불법 점유 중인 사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탁 부동산은 임대차 보호법 대상도 아니어서 B씨는 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B씨는 "계약 당시 부동산 중개업자에게서 A씨가 오피스텔 3개 동(156가구) 소유주이고, 재력가라는 말을 들었다"며 "부동산 계약서에도 신탁회사가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는 공지나 안내 사항이 전혀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신탁회사에선 나를 '불법 점유자'라고 통보했다"며 "언제 내쫓길지 몰라 너무 불안하다"고 했다.
계양구 오피스텔 40여 가구 비슷
B씨를 포함해 이 오피스텔에만 40여 가구가 비슷한 처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B씨 등 월세 임차인들은 A씨와 부동산 중개업자를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할 예정이다.
B씨는 "2021년 5월 월세 계약을 한차례 연장할 때에도 집이 신탁회사 소유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신탁 등기된 집이 공매로 넘어가면 임차인들은 보증금을 한 푼도 회수할 수 없게 된다. 피해자들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