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합시다] 장벽 높아 유명무실한 제도… '주민 자치의 길' 더 넓혀야

주민조례청구제와 '지방자치 효능감'
입력 2023-03-05 21:27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3-0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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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효능감'이란 말이 있습니다. 개인이 정치에 참여함으로써 얻는 만족감을 의미합니다. 투표와 같은 개인의 정치 참여가 현실 정치에 실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믿음이 커질수록 정치적 효능감은 높아집니다. 효능감이란 단어를 떼어 '지방자치'라는 말 뒤에 붙여보겠습니다.

'지방자치 효능감', 지방자치는 주민들의 참여를 기반으로 현실에서 구현됩니다. 주민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발을 딛고 살아가는 동네와 지역사회가 조금 더 나아지길 기대합니다. 지방자치의 동력은 주민이기 때문에 지방정부는 늘 주민들의 효능감을 높일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방자치 효능감이란 말은 그 중요성에 비해 왠지 낯선 느낌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주민 참여를 기반으로 한 지방자치가 정작 장벽을 세워놓고 주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민조례청구제'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전국의 지자체는 저마다 조례라는 이름의 규범을 가지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그 지역에서만 적용되는 규칙입니다. 조례는 주민들이 선출한 지방의회가 제정합니다만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는 주민 스스로 필요한 조례를 만들 수 있는 길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주민조례청구제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한 지방자치에 꼭 필요한 제도이기도 합니다.

24년간 경기 '학교급식 지원' 유일
도내 시·군 양평 '군민안전보험'뿐


문제는 주민들의 '지방자치 효능감'을 높여줄 수 있는 주민조례청구제가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1999년 주민조례청구제 도입 이후 경기도에서 주민들의 손으로 제정된 조례는 2003년 청구된 '경기도 학교급식지원 조례'가 유일합니다. 24년간 단 1건에 불과합니다.

이는 경기도뿐 아니라, 기초자치단체인 시·군에서도 마찬가지 상황입니다. 과거 양평군과 안성시에서 청구요건이 충족된 사례가 있지만, 제정된 건은 양평군의 '군민안전보험 조례안'뿐입니다.

제도가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까닭은 진입 장벽 탓입니다. 주민조례청구제 도입 초기에는 19세 이상 청구권자의 '100분의 1 이상' 서명을 받으면 조례안을 청구할 수 있었습니다. 2021년에는 이 기준이 '200분의 1 이상'으로 한 차례 완화된 바 있고, 지난해부터는 전면 개정된 지방자치법 시행에 따라 '350분의 1 이상'으로 완화됐습니다. 청구연령도 18세 이상으로 낮아졌습니다.

청구인원 완화에도 충족 못해 폐기
온라인서명 까다로워 '접근성 한계'

하지만 지금처럼 완화한 조건으로도 주민조례청구제의 장벽은 여전히 높습니다. 실제로 도내 환경단체가 지난해 8월부터 최근까지 '경기도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조례안' 청구 운동을 벌인 결과, 해당 조례안은 청구요건(3만2천951명)을 충족하지 못하고 폐기됐습니다. 주민조례청구제를 활용한 경험이 있는 당사자들은 '접근성의 한계'를 지적합니다.
 

"시민단체처럼 조직이 있어도 어려운데, 개인이 조례안을 만들고 서명을 받아 조건을 충족하는 데는 다소 무리가 있다. 온라인 서명 역시 본인 인증 과정이 까다로워 스마트폰이나 PC 사용이 서툰 노인들은 참여하려다가도 포기하는 일이 빈번하다."(김현정 경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전문가들은 청구인원을 완화하고, 현행 6개월인 청구기간을 늘려 제도를 활성화하자고 조언합니다. 아울러 각 읍·면·동에 설치된 주민자치회를 주민조례청구제의 매개로 활용하는 방법도 제안합니다.

다시 지방자치 효능감을 떠올려봅니다. 지방자치는 주민들의 직접적인 참여가 늘어날수록 빛을 발하는 제도입니다. 주민조례청구제 활성화 방안에 대해 함께 고민해 봅시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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