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당시 용의자 단서 발견 실패
작년 9월 '쪽지문 대조' A씨 특정
경찰 "과학수사 기법·집념 더해져"
16년 전 인천에서 택시 기사를 살해하고 금품을 빼앗아 달아난 40대 남성 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작년 9월 '쪽지문 대조' A씨 특정
경찰 "과학수사 기법·집념 더해져"
인천경찰청 중요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은 강도살인 혐의로 40대 남성 A씨와 B씨를 구속했다고 7일 밝혔다.
A씨 등은 2007년 7월1일 오전 3시께 인천 남동구 남촌동 한 도로 인근에서 택시기사 C(사망 당시 43세)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고 6만원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구치소 동기 사이인 이들은 C씨를 살해하고 택시를 빼앗아 2.8㎞ 떨어진 미추홀구 관교동에 버린 뒤 뒷좌석에 불을 지르고 도주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수사전담반을 꾸려 수도권에 등록된 용의 차량 5천900여대와 기지국 통신 기록 2만6천여건을 추리고, 800여 가구 등을 탐문 조사했으나 용의자를 특정할 단서를 찾는 데 실패했다.
2016년 담당 경찰서로부터 사건을 인계받은 인천경찰청 중요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은 당시 수사 기록과 현장 자료 등을 다시 분석했고, 지문 재감정과 관련자 조사 등 보강 수사를 벌였다.
답보 상태가 이어지던 수사는 지난해 9월 택시에 불을 지를 때 사용한 차량 설명서 책자에서 쪽지문(작은 지문)이 발견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경찰은 사건 발생 당시 차량설명서에 대한 감식을 의뢰했지만 당시 기술로는 지문이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쪽지문을 대조하는 과정에서 A씨를 용의자로 특정했고, 지난 1월5일 체포했다. 추가 수사를 통해 지난달 28일 공범 B씨도 붙잡았다. 사건 발생 당시에는 A씨와 B씨가 수사 선상에 오른 적이 없었다고 경찰 관계자는 설명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B씨는 "돈을 빼앗으려고 지나가는 택시를 탄 뒤, A씨와 함께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이들은 범행 이후 인천을 떠나 다른 지역에서 평범한 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8일 신상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B씨 이름과 얼굴 사진 등을 공개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B씨보다 먼저 붙잡힌 A씨는 이미 기소된 피고인 신분이어서 관련법에 따라 신상 정보 공개 대상이 아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수사 기록만 2만5천쪽에 달한다"며 "살인죄 공소시효가 폐지된 데다, 과학수사 기법에 끈질긴 집념이 더해져 범인들을 붙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세상에 잊히는 사건은 없고, 수사를 포기하면 우리가 공범이라는 각오로 남은 미제사건도 범인을 잡을 때까지 수사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