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주원 교장이 오산 금암초등학교에 부임한 것은 2020년 9월의 일이다. 코로나19가 위세를 떨칠 시기였다. 손 교장의 근심은 휴교와 비대면 수업이 일상화하는 동안 학생들 사이의 접점이 사라지는 데 있었다.
최근 금암초에서 만난 손 교장은 "아이들이 꿈을 키워나갈 기반이 될 학교에도 제대로 나오지 못하는 사정이 안타까웠다"며 "한창 끼와 욕구를 펼칠 시기에, 억압된 탓인지 학교에 나오는 날에도 무기력한 표정의 아이들이 다수였다"고 부임 당시를 떠올렸다.
손 교장은 학교, 나아가 학생들을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을 고민했다. 부임 한 해 전 학교가 오산시의 '교내 메이커스페이스 구축 및 운영 사업'에 선정돼 드론, 3D프린터 등 다양한 디지털 교구를 구비한 점을 적극 활용해 보자는 생각을 교사들과 함께했다.
이를테면 과학수업시간을 학년군별로 재정비해 이들의 특성과 흥미에 맞춰 로봇, 드론 수업을 열었다. 미술시간에는 430여 대에 이르는 태블릿 기기를 마련해 아이들이 인공지능(AI) 프로그램으로 저마다의 예술적 끼를 발산할 수 있도록 했다.
손 교장은 "처음에는 아이들이 낯설게 여길 만큼 도전적인 실험이었지만 서서히 적응하고 즐기며 얼굴에 웃음꽃이 피기 시작했다"고 변화상을 짚었다.
市 '메이커스페이스사업' 적극 활용
로봇·드론 수업·AI 프로그램 호응
6학년 1교시 전 '배구 클래스' 인기
교과과정에 대한 고민뿐 아니라 학생들과 자주 마주하며 '친근한' 이미지를 쌓는데도 노력을 기울였다.
등교 시간에 맞춰 현관에 나가 아이들과 '사랑합니다'란 인사를 주고받으며 아침을 열었다. 6학년 학생 대상으로 1교시 수업 시작 전 체육관에서 '배구 클래스'를 연 것도 한 발 더 다가가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이제는 5학년 학생도 부러워할 만큼 학교의 인기 수업으로 자리 잡았다.
손 교장은 "배구를 통해 아이들이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고 무엇보다 동료애를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며 "땀으로 범벅될 걸 미리 알기에 옷도 두 벌 준비해간다"고 웃으며 말했다.
올해는 지난 3년간 진행된 AI 교육 프로그램을 세분화·다양화할 계획이다. 체계를 정비해 초등학교에 없는 AI 맞춤 교육 교과서를 만들 구상도 갖고있다. 학교가 방과 후를 책임지는 정부 사업인 '늘봄학교' 운영을 신청해 지역사회 돌봄기관으로서의 역할도 고민하고 있다.
손 교장은 "아이들에게 유익한 프로그램과 자료가 필요하다면 지자체와의 협업을 통해 적극 유치할 생각"이라며 "수업에도 직접 참여해 아이들과 함께 호흡하는 '친구'같은 교장이 되고 싶은 바람도 있다"고 말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