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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부평 미군기지 '캠프 마켓' 조병창 병원 건물을 철거하는 절차가 시작됐다. 사진은 7일 오전 캠프 마켓 조병창 병원 건물 주변에 인부들이 건물 철거를 위한 작업을 준비하는 모습. 2023.3.7 /독자제공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방안에 대한 논란이 깊어지는 가운데 강제동원 역사를 보여주는 인천 조병창(일본군 군수공장) 병원 건물 철거 작업이 추진돼 지역사회 반발이 커지고 있다.


7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방부는 이날 인천 부평 미군기지 '캠프 마켓' B구역 조병창 병원 건물을 철거하기 위해 안전시설 설치 등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 3일 부평구에 건물 철거에 필요한 '건축물 해체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7일)부터 건축물 주변에 가림막 등 안전시설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며 "철거는 부평구에서 허가를 내면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평구는 국방부가 제출한 신청서에 포함된 안전 관리 대책, 해체물 처리 계획 등을 검토한 후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보완을 요구하고, 그렇지 않으면 철거를 허가할 방침이다. 인천시와 국방부가 지난 1월 조병창 병원 건물 철거 작업을 재개하기로 결정한 만큼 부평구도 절차상 문제가 없으면 해체 허가를 낼 가능성이 크다. 


국방부, 캠프 마켓내 해체준비 착수
부평구, 절차문제 없을땐 허가 할듯
시민단체·정치권 '역사성 훼손' 반발


인천 시민사회단체와 정의당 등 정치권은 조병창 병원 건물이 일제 강제동원 역사를 나타내는 역사적 가치가 있다며 철거를 반대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지난 5일 '제3자 변제' 방식으로 강제동원 피해 배상 문제 해결 방안을 발표해 피해자 등 반발이 큰 상황에서 조병창 병원 철거까지 추진되자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조병창 병원 건물 보존을 요구하는 '일본육군조병창 역사문화생태공원추진협의회' 관계자는 "조병창 병원은 일제 대륙 침략과 강제동원의 살아 있는 역사를 보여준다"며 "지역사회 의견을 무시하고 졸속으로 철거를 추진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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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캠프 마켓 내 조병창 병원 건물. /경인일보DB

정의당 인천시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인천시는 조병창 병원 건물 철거 논란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민주주의 후퇴, 일방적 독주라는 나쁜 행정을 보여줬다"며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고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물까지 무조건 철거해 일제 흔적을 싹 다 지우려 하는지 개탄스럽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조병창 병원 건물이 역사 현장으로서 가지는 가치를 강조하며 철거 시 역사성도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제동원 역사 연구자인 정혜경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 대표연구위원은 "조병창 병원 건물은 강제동원된 노동자들이 치료받던 아픔이 서린 공간"이라며 "당시 조병창 병원에서 근무했던 노동자도 정신대에 끌려가지 않으려고 어쩔 수 없이 지원한 강제동원의 피해자"라고 했다.

이어 "일본이 사도 광산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조선인 강제동원 역사를 왜곡하는 상황인데, 우리는 스스로 일본 가해 역사를 지우려고 한다"며 "장소가 없어지면 기억도 사라진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천시는 8일 '제6기 인천시 캠프마켓 반환공여구역주변지역 등 시민참여위원회'를 열고 캠프 마켓 조병창 병원 건물 철거 등 추진 상황을 보고한 뒤 위원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