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590명 계정 주겠다"… 아동 성착취물 제작한 20대

인천공항에서 경기남부경찰청으로 호송되는 A씨. /경기남부청 제공

유명 유튜버가 되고 싶어 하는 아동의 동심을 악용해 성착취물을 제작한 20대 남성이 구속돼 검찰에 넘겨졌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관은 범행 수법의 '악랄함'에 혀를 내둘렀다.

어린이 영상에 댓글 남겨 꾀어

신체 불법 촬영… 미국서 체포

2010년대 미국으로 이민을 간 대학생 A(20대)씨는 지난 2020년 8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어린이들이 주로 보는 유튜브 영상에 "어플 테스트를 해주면 구독자 590명 계정을 무료로 준다"는 댓글을 남기며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그가 개설한 오픈채팅방을 통해 여러 명의 아동이 A씨에게 연락을 해왔다. 대개 구독자 수백명을 모은 유튜브 계정을 발판삼아 인기 크리에이터가 되길 희망하던 아동들이었다.

A씨가 무료 계정 나눔을 홍보하며 쓴 댓글. /경기남부청 제공

A씨는 아동들이 자신의 스마트폰에 원격제어 기능이 담긴 앱을 다운받도록 유도했다. 그는 아동들에게 스마트폰에 설치한 앱을 '체온 측정앱'이라고 속인 뒤, "앱 테스트를 해야 하니 옷을 벗어야 한다"고 꾀었다. 그는 아동들에게 "움직이지 않아도 됩니다", "1분이면 돼요!" 등의 메시지를 보내 안심을 시키며 옷을 벗도록 하고 이들의 신체를 불법으로 촬영했다. 목적을 이룬 A씨는 아동이 범죄 피해자가 됐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도록 "엄마에게 말하면 안 돼요" 등의 메시지를 보내는 치밀함을 보였다.

A씨가 피해 아동에게 보낸 "엄마한테 말하면 안돼요"라는 메시지. /경기남부청 제공

나아가 A씨는 이 같은 방식으로 확보한 불법촬영물로 피해 아동의 부모에게 "돈을 주지 않으면 유포하겠다"며 1억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경찰이 파악한 피해 아동은 모두 4명으로, 연령은 10~12살 등 10대 초반이었다.

2021년 7월께 피해 아동 부모의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선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추적수사를 통해 A씨가 미국에 거주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과 공조수사를 벌여 A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는 등 범행 증거를 확보했다. 현지에서 체포된 A씨는 미등록 상태로 미국에 체류 중인 사실이 발각돼 한국으로 송환됐고, 경찰은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입국한 A씨를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아동ㆍ청소년성착취물의 제작ㆍ배포 등) 등 혐의로 즉시 체포했다. A씨는 그러나 경찰조사 단계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의 범행을 입증할 증거가 확실하다고 판단해 이달 초 A씨를 구속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동심을 악용한 범죄로 그 수법이 악랄하다"면서 "자녀가 낯선 사람의 호의에 속을 수 있는 만큼 보호자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재흥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