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에 찾은 오산시 가장산업단지 속 아모레퍼시픽의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 사업장 '위드림'. 전명자(53·오산시)씨가 컨베이어벨트 앞에서 화장품 포장 작업을 하다 맞은편에서 작업 중인 김민경(47·화성시)씨와 눈을 마주치며 방긋 웃었다.
전씨는 "(조립 순 작업이라) 동료들과의 합이 중요한 일인데, 간단한 이야기와 눈웃음을 주고받으면 의지가 생긴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2017년부터 위드림에서 일하고 있다. 이제 화장품 포장 라인의 '파트리더'로, 동료들이 지칠 때면 응원의 말을 통해 구심점 몫을 해내고 있다.
신종완(안양시)씨는 이곳에서 '글로벌물류파트' 반장으로 22명의 팀원을 이끈다. 2016년 사업장 직원이 23명인 시절부터 함께하고 있다. 아시아, 유럽 등지로 뻗어나가는 화장품의 해외 바코드 작업을 총괄하는 그는 '꼼꼼함'이 작업의 생명이라고 했다. 그는 "따라주는 직원분들 모두 성격이 밝고, 능력적으로 뛰어나다"며 "저와 같은 사람들이 이런 곳에서 많이 일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전명자·김민경·신종완씨는 (순서대로) 지체, 언어, 지체장애인이다. 지난 2018년(12월) 32명이던 위드림 소속 장애인 노동자는 현재 93명으로 늘었다.
오산시 아모레퍼시픽 공장 '위드림'
장애인 노동자 93명 능력 발휘
민간기업들이 정부의 장애인 의무고용률(총 노동자 중 3.1%)을 지키지 못하는 가운데(3월3일자 5면 보도=장애인 의무고용률 밑돌아도… 시정조차 안하는 기업들), 모기업이 장애인 고용 목적으로 만드는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이 대안이 될지 주목된다.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은 주로 대기업에서 발행주식 혹은 출자총액 50% 초과 투자해 만든 사업장을 뜻한다.
기업들로선 자회사에서 고용한 장애인이 모회사에서 고용한 것으로 간주돼 의무고용률을 높여 부담금을 피할 수 있고, 고용 인원에 따라 최대 10억원(컨소시엄형 20억원)의 무상지원금을 정부로부터 받아 최근 각광을 받는다. 전국 18개소(2012년)였던 사업장은 10년 만에 128개소(2022년)로 늘었다. 경기도에서는 20개소가 운영 중이다.
고용안정과 쾌적한 작업환경 등을 갖춘 점에서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은 현 직원들뿐 아니라, 취업 준비생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오산에 사업장을 둔 위드림은 수원, 용인, 화성 등 인근 지역에 출퇴근 셔틀버스를 운영하며 직원들의 통근 불편을 최소화하고 있다.
최근 수원의 한 복지시설에서 만난 취업 준비생은 "오래 일할 수 있는 일을 찾는데, 대기업 밑(자회사형 표준사업장)에서 일하고 싶다"고 희망했다.
모회사 고용으로 간주 부담감 줄어
인원 따라 최대 10억 정부 무상지원
전문가들은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의 확대를 위해 기업들의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이성화 경기발달장애인훈련센터장은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을 만들면 무상지원금도 10억 가까이 되는 등 경제적 유인이 제도적으로 마련돼 있고 이미 성공한 사례들도 많다"며 "(우수 사례) 벤치마킹에 나서고, 사회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가진다면 뒤따를 기업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