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 고령 운전자 사고

입력 2023-03-09 19:51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3-1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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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첩성이 떨어지는 고령자들은 돌발상황 대처가 어렵다. 1차선에서 저속운행하거나 급정거하다 추돌사고에 자주 노출된다. 액셀 페달과 브레이크 위치를 혼동해 대형사고 유발자가 되는 사례가 흔하다. 멀쩡하게 차도를 달리던 차량이 인도를 넘어 상가로 돌진하거나 공원으로 진입한 사고 운전자는 어르신일 가능성이 높다.

배우 양택조씨는 4년 전 만 80세 되는 해에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했다고 한다. TV 프로그램에 나와 이런 사실을 밝히면서 장점이 많아 주변 사람에 권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좋은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고. 자동차보험, 자동차세 한 푼 안내고 운전하고 주차하느라 고생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고령자 운전사고가 급증하자 전국 지자체들이 65세 이상 노인들의 운전면허 반납을 유인하고 있다. 자진 반납할 경우 10만~30만원까지 교통카드나 상품권을 준다. 하지만 반납 비율은 평균 2.6%에 불과하다. 걷기 불편한 몸에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망이 부족하기에 노인들이 선뜻 운전대를 놓을 수 없는 현실이다. 생계를 위해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고령자들도 많다.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일인 지난 8일 전북 순창군 모 농협에서 1t 트럭이 투표를 기다리던 유권자 20여명을 덮쳤다. 4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친 대형 참사다. 70대 중반 운전자는 이날 투표를 마치고 비료를 산 뒤 집으로 향하다 사고를 냈다. 평온했던 시골 마을이 아비규환이 됐다.

사고 운전자는 액셀 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밟았다고 한다. 순식간이라 너무 놀라 사고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음주운전이나 약물 중독 가능성을 의심했으나 모두 음성반응이 나왔다고 밝혔다. 조사가 진행 중이나 전형적인 고령자 사고의 유형으로 잠정 추정됐다.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줄어드는데, 고령 운전자만 예외다. 지난 2020년엔 65세 이상 운전자 과실이 처음으로 3만건을 넘어섰다. 5년 전보다 50%나 늘어난 수치다. 사정이 이런데도 시내버스와 택시를 모는 어르신 비율은 높아지고 있다.

순창군 농협 사고 가해자와 피해자들은 한 지역에서 부대끼며 살아온 이웃사촌이다. 사고를 낸 어르신도 피해자일 수 있다. 고령자 사고가 급증하는데 대책에 소홀했다. 만시지탄이나 서둘러야 한다.

/홍정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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