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6일자 1·3면 보도

점심시간에는 고된 학업에 지친 학생들도 모처럼 활기를 되찾습니다. 하루의 빡빡한 일과를 이겨낼 단비같은 1시간. 마치 사막 한가운데서 찾은 오아시스 같은 시간이겠지요.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점심을 먹는 낙으로, 회사 생활을 버티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겁니다. 점심시간의 소중함은 누구에게나 같지만, 모두 이 시간을 제대로 누릴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경기도 5개 시·군 운영 '갑론을박'


각자가 사는 동네를 떠올려 봅시다. 각 동네에는 주민들의 민원 업무를 처리하는 '행정복지센터'가 있습니다. 전입신고부터 각종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는 곳이죠. 요즘은 이처럼 대민업무를 하는 민원실의 '점심시간'이 화두입니다. 전국적으로 '민원실 점심시간 휴무제'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민원실 점심시간 휴무제는 말 그대로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민원실 업무를 중단하는 걸 의미합니다. 원래 민원실 공무원들은 주로 교대로 식사를 하며 점심시간에도 민원실을 운영해 왔습니다. 문제는 민원 업무 특성상 제 시간에 교대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교대 이후에 쉬고 있는 직원에게 "왜 업무를 보지 않고 쉬느냐"는 불만을 제기하는 시민들도 많았다고 합니다. "공무원에게도 온전한 점심시간이 필요하다", 민원실 점심시간 휴무제 도입 취지입니다. 경기도에서는 지난해 12월 기준 5개 시·군 민원실에서 점심시간 휴무제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교대후 휴식해도 불편한 시선 받고
"문 닫으면 연차 사용 황당" 대립

점심시간을 이용해 민원실을 찾았던 시민들은 불편을 호소합니다. 대개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을 활용해 민원실을 찾는데, 이들은 "점심시간에 문을 닫아버리면 휴가를 내고 민원실에 와야 한다"고 하소연합니다. "인감증명서처럼 직접 와야 하는 서류들이 있다.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을 이용해야만 올 수 있는데, 민원실이 점심시간이라고 문을 닫으면 앞으로 연차를 쓰고 와야 하는 것인지 황당하다."(30대 직장인 A씨)

공무원과 시민들의 생각이 이렇게나 다르다 보니, 경상남도 창원시 등 일부 지자체는 민원실에 점심시간 휴무제를 도입하는 것을 "신중하게 검토하라"고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경기도 또한 신중한 입장입니다. 경기도청 민원실은 점심시간에 어르신들의 방문 비율이 높은 점 등을 고려해 해당 제도를 도입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경인지역 우체국 300곳 이상 도입
지자체 신중검토속 도청 고려안해

사실 민원실에 점심시간 휴무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은 아주 오래 전부터 나온 해묵은 갈등입니다.
 

앞서 경인지역 우체국들도 속속 점심시간 휴무제를 도입하며 우체국과 이용객 간 갈등을 빚은 바 있습니다. 이미 경인지역 우체국 300개소 이상은 점심시간 운영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점심시간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공무원과 점심시간을 포기하고 민원실을 찾은 시민이 겪는 갈등도 결국 '점심시간의 소중함'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요. 각자의 사정을 서로가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원만한 해법을 찾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을 겁니다.

민원실 점심시간 중식휴무제에 대해 고민해 봅시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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