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입주가 예정된 양근리 일원 453가구의 더샵리버포레 건설현장. 2023.3.13 양평/장태복기자 jkb@kyeongin.com |
양평군은 불과 2년 전만 해도 비규제지역 메리트로 약 5천가구 아파트가 모두 분양되는 부동산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올해 입주가 시작되면서 단지마다 총 가구의 절반가량이 전·월세 매물로 나오는 등 '빈집 대란'이 시작됐다. 심지어 오는 9월 예정된 1천600가구의 대규모 입주는 아직 시작되지도 않아 과다 공급으로 인한 우려가 심화되는 상황이다.
13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20년 기준 양평읍 소재 아파트 총가구수는 2천841가구다. 2019년부터 기존 가구의 두 배가량인 5천가구가 분양됐고, 최근 무더기 입주 물량으로 부동산 시장이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 빈집 대란의 포문을 연 것은 지난 1월 입주한 '포레나양평'이다. 입주와 동시에 438가구의 절반이 넘는 220가구가 전·월세 매물로 나왔고, 분양권도 분양가보다 싼 값에 거래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포레나양평의 분양권은 지난 한달 간 총 14개가 거래됐는데, 대부분이 속칭 무피(분양가) 또는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 거래로 진행됐다. 게다가 13일 현재 이달 거래된 분양권은 3개에 그쳐 거래량마저 계속 줄어드는 상황이다.
3월 입주인 '양평휴먼빌 센트럴시티'와 '양평휴먼빌 리버파크어반'도 입주를 제대로 진행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센트럴시티는 248가구 중 98가구가, 리버파크어반은 420가구 중 200가구의 물건이 매물로 나오며 당장 절반에 가까운 공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입주예정 절반 가까이 공실
한달 14건 거래 중 대부분 '마피'
외부 투기물량에 실수요자 피해
이같은 현상에 주민들의 걱정이 쌓이고 있다. 지난해 양평역 센트럴파크 써밋에 입주한 주민 A씨는 "써밋도 고작 500가구인데 일시적으로 근방 아파트 가격이 모두 하락하고 전세 매물이 쌓이면서 장난이 아니었다"라며 "주변 부동산들도 입주가구가 워낙 말도 안 되는 물량이라 다들 고개를 흔들더라. 써밋은 양평역 코앞인데도 500가구가 나가는 데 몇 달이나 걸렸다. 그런데 3천400가구라니 어안이 벙벙하다"라고 말했다.
결국 지난 몇년 간의 부동산 활황은 대부분이 투기였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통계처 토지통계부에 따르면 양평지역 지가는 지난 2년간 약 5% 오른 데 비해 아파트 분양 단가는 26% 이상 올라 정상적인 상승 곡선과는 거리를 보였다.
한국공인중개사 양평군지회 이명현 전 회장은 "2020년 20개 넘게 들어왔던 떴다방이 현재는 극히 일부만 남아있고 지금 양평에선 철수한 상태"라며 "외부 투기 물량으로 인해 지역 공인중개사와 실수요자만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양평지역의 입주 대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7년 공흥리 벽산블루밍 928가구가 모두 분양됐으나 입주가 시작되자 절반가량의 공실이 발생했고 이를 전·월세로 해결하는 데에만 5~6년이 걸린 전례가 있다.
이에 대해 양평읍 소재 L 공인중개사는 "군이 부동산 호황인 시기에 시행사들에게 순서대로 들어오라고 얘기할 순 없었겠으나, 양평의 시장이 작았음을 감안하면 인허가적인 측면에서 물량 공급을 조율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고 말했다.
양평/장태복기자 jkb@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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