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세 번째 시즌 맞은 연극 '아마데우스'

용서할 수 없는 '결핍'… 신은 이해하지 못할 인간의 질투심
입력 2023-03-13 18:53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3-14 15면

아마데우스 공연사진 9 [제공=PAGE1] (2)
연극 '아마데우스' 공연 모습. /PAGE1 제공

"내가 모차르트를 죽였다." 살리에리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울렸다. 신이 내린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와 신의 선택을 받지 못해 괴로워 한 '살리에리'. 모차르트의 재능을 한없이 부러워하며 시기와 질투에 사로잡혔지만, 그의 음악에 누구보다 경이로움을 느꼈던 살리에리의 진심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연극 '아마데우스'가 세 번째 시즌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극작가 피터 셰퍼의 상상력이 더해져 완성된 이 연극은 18세기 비엔나를 배경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대표적인 두 음악가의 이야기를 다룬다. 또 그것을 넘어서 한 인간이 신에게 가지는 존재에 대한 의문과 애증, 열망 같은 감정 등을 깊이 있게 성찰하고 있다.

모차르트를 시기한 주인공 살리에리
평범한 사람의 내적 갈등 깊게 성찰


극은 살리에리의 고백과 함께 모차르트를 처음 만난 때로 돌아간다. 살리에리는 누구보다 음악을 사랑했던 사람이었다.

그런 그에게 모차르트의 재능을 알아보는 것은 고통과도 같았다. 자신이 평범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했기 때문이다. "욕망을 갖게 하셨으면, 재능도 줬어야 한다"며 울부짖고, '이제 당신은 적'이라고 말하며 신에게 한 맹세를 저버리는 살리에리의 모습은 검은 장막 뒤에서 지휘하고 있는 모차르트의 실루엣과 대조를 이룬다. 보일 듯 말 듯 그의 마음에 자리한 잡히지 않는 환영 같은 모차르트의 존재는 더욱 그를 괴롭게 한다.



극이 진행될수록 살리에리의 내적 갈등은 깊어진다. 모차르트를 견제하며 그를 예술로서 죽이고 싶다고 한 살리에리의 말과는 다르게, 모차르트는 예술이 아닌 현실의 삶에서 점차 피폐해져 간다. 모차르트의 괴팍하고 안하무인의 성격은 안정적인 수입을 벌 수 없게 만들었고, 낭비벽이 심했던 그는 자신의 씀씀이를 감당하기 위해 건강은 뒷전인 채 작품을 쓰는 데만 몰두했다.

상황은 점점 나빠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모차르트는 후세에 길이 남을 굉장한 작품들을 계속해서 탄생시켰다. 레퀴엠을 써내려가는 장면에서는 오히려 모차르트보다 더 그의 작품에 집착하며 빠져 들어가는 살리에리의 모습이 이해되는 이유이다.

아마데우스 공연사진 1 [제공=PAGE1] (2)11
살리에리역 배우 김재범. /PAGE1 제공

극 속 명곡들 '천재의 재능'에 전율
배우들 흡입력 있는 연기 몰입 높여


'아마데우스'는 음악가를 다루는 극인 만큼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곡들을 장면마다 잘 녹여내고 있다.

실제 배우가 무대 위에서 아리아를 들려주며 마치 오페라를 보는 듯한 연출도 인상적이다. 특히 2막에서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는 모차르트가 만들어낸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코지 판 투테', '마술피리'가 연달아 나올 때는 전율이 느껴지며 새삼 그가 천재였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연극 속에서 그들이 펼쳐내는 음악적인 이야기, 서사에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곡의 조각은 또 다른 흐름을 만들어내며 극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배우들의 흡입력 있는 연기가 주는 몰입도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평범한 자들을 대변하는 듯한 살리에리를 짓눌러온 감정의 무게는 "당신을 용서한다"는 말로 덜어질 수 있을까. 그 대상이 신인지, 살리에리 자신인지, 아니면 이 세상의 수많은 평범한 사람인지 알 수 없지만, 관객들에게 그들이 전하는 여운만큼은 결코 가볍지 않을 듯하다. 공연은 4월 1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에서.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경인일보 포토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구민주기자 기사모음

경인일보

제보안내

경인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자 신분은 경인일보 보도 준칙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며, 제공하신 개인정보는 취재를 위해서만 사용됩니다. 제보 방법은 홈페이지 외에도 이메일 및 카카오톡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 이메일 문의 : jebo@kyeongin.com
- 카카오톡 ID : @경인일보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에 대한 안내

  • 수집항목 : 회사명,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 수집목적 : 본인확인, 접수 및 결과 회신
  • 이용기간 :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기사제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익명 제보가 가능합니다.
단, 추가 취재가 필요한 제보자는 연락처를 정확히 입력해주시기 바랍니다.

*최대 용량 10MB
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