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화재' 숨진 모자, 쓰레기 더미 집에서 고립 생활

입력 2023-03-13 19:34 수정 2023-03-14 09:35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3-14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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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전 김포시 감정동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5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거실에서 발견된 쓰레기더미. /김포소방서 제공


김포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불로 50대 남성이 숨지고 화재 현장에서는 부패가 진행 중인 80대 여성의 시신이 발견(3월13일자 7면 보도=김포서 의문의 화재사망사고...부패한 노모 시신 함께 발견)된 가운데, 모자(母子) 관계였던 이들은 쓰레기를 집 안에 방치할 정도로 외출을 하지 않은 채 고립된 생활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화재가 발생한 김포시 감정동의 한 아파트 입구에서 만난 입주민 A씨는 13일 "할머니가 아들과 둘이 살면서부터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것 같아 관리사무소를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직접 문의한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아들과 딸 등 자식과 국가유공자였던 남편이 연이어 세상을 떠나면서 남은 가족의 생활은 온전치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아파트에서 15년 이상 거주 중인 A씨는 숨진 모자와 관련한 기억을 떠올리며 "(모자가) 참 안됐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A씨는 "참전용사였던 할아버지가 예전에 죽고, 큰아들과 딸도 최근에 사망한 걸로 알고 있다"면서 "큰아들이 있을 때는 할머니가 외출도 종종하는 걸 봤지만, 큰아들이 사망한 1년 전쯤부터는 모습을 잘 보이시지 않았다"고 했다.

모자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A씨는 할머니의 건강이 걱정돼 관리사무소에 가정 방문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숨진 모자는 당시 관리사무소 측의 도움을 거절했다고 한다.

큰아들 있을땐 종종 외출했지만
1년 전부터는 외부와 소통 단절
관리사무소 가정방문 도움 거절


이들 모자는 바깥 생활이나 외부와의 소통을 거의 하지 않은 채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할 행정복지센터는 이 가정에 반찬배달 서비스를 하려고 했으나, 모자가 가정에 방문하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고 한다.

센터 관계자는 "기초생활보장제도 대상은 아니지만, 노모와 아들 둘만 살길래 반찬을 지원하려고 했다. 그런데 집에 방문하는 걸 싫어하셔서 아들이 직접 반찬을 가지러 온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모자는 쓰레기를 집 안에 쌓아 둔 채 열악한 환경에서 지낸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화재 현장 사진을 보면, 종량제 봉투에 담긴 쓰레기와 재활용품이 대부분의 거실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숨진 모자에 대한 부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발화 지점인 아들 방에서 라이터가 발견됐는데, 담배꽁초 등에 의한 실화인지 엄마가 사망하자 고의로 방화를 한 건지는 단정할 수 없다"면서 "모자의 직계 가족이 없어 이들의 친척 등에 연락을 취해보고 있다"고 전했다.

/김우성·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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