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을 1개월여 앞둔 이모(28)씨는 최근 지인과 대화 중 한 소식을 듣고 놀랐다. 지인이 정책 지원으로 산후도우미 비용을 70%가량 보전받았다는 얘기였다. 마침 이씨도 같은 제도에 대해 알아보던 중이었는데, 보전율이 소득 수준으로 결정되는데도 남편이 IT업계에서 억대 연봉을 버는 지인이 본인보다 높게 보전받아 의아했다고 한다. 이씨 부부는 둘 다 평균적인 월급을 수령하는 회사원인데도 보전율이 50% 수준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사정을 들어 보니 지인의 남편이 프리랜서였던 점이 결정적이었다. 제도상 소득기준 판정은 최근 3개월 내 건강보험료 납입 실적 등으로 결정되는데, 소득이 불규칙적인 프리랜서 특성상 수입 공백이 있던 기간으로 적용하면 억대 연봉이어도 사실상 수입이 없는 가정 수준으로 보전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3개월 건보료 납입 기준이라
해당 시점 맞춰 저소득 둔갑 편법
보험료 감액 억대연봉자 年 2천명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지원 사업'은 산모 가정에 산후도우미 비용 등을 지원하는 제도로 매해 보건복지부와 각 지자체의 예산을 투입해 전국적으로 시행된다.
출산 예정일 40일 전부터 출산 후 30일 이내인 가정이 관할 보건소로 신청하면 1~3개월 이내 건강보험료 실적을 기준으로 지원 규모가 판정되는데, 해당 시점에 맞춰서 소득을 축소 집계할 수 있는 고소득 프리랜서들에게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원시 보건소 관계자는 "통상 신청자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소득을 집계해서 판정을 내리지만 소득 유형이 정상적인 범위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이면 직접 연 소득 평균 등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칠 수 있다"고 했다.
이처럼 고소득 프리랜서들이 불규칙적인 수입 구조를 바탕으로 편법적인 혜택을 누리는 문제는 매해 반복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3년 동안 연 소득 1억원 이상인 프리랜서 중 지역 건강보험료 조정제도를 통해 보험료를 감액받은 경우가 모두 6천651건으로 해마다 2천건 꼴로 나타났다.
조정된 소득 총액도 매해 3천억~4천억원에 달했다. 이 중에는 한해 10억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도 조정 신청을 통해 한 푼도 벌지 않은 것으로 인정되면서 건보료를 면제받은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에는 5조3천억원 규모로 지급된 프리랜서 재난지원금 대상자 중 억대 연봉 프리랜서들이 걸러지지 않은 채 지원금을 수령한 사례도 나타나 논란이 일었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