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하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맹세리 교수를 찾아온 40대 초반의 여성은 "청소년기부터 시작된 지긋지긋한 '먹토'(먹고 토하는 행위)를 멈추고 싶다"고 토로했다. 그는 번번이 자신이 하는 실수를 견디지 못하고 매우 부끄럽게 여겼다. 그럴 때마다 먹고 토하는 일이 늘었다고 했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의 학교 준비물을 챙겨주지 못해 아이가 반 친구들 앞에서 창피를 겪게 된 적도 있다고 자책했다. 이 여성은 어릴 적부터 부주의해서 친정어머니는 자신을 '나사 빠진 애'라고 불렀다고도 말했다.
"저는 아무리 철두철미하게 하려고 해도 늘 실수해요. 집중할수록 생각이 흩어져요. 항상 뭔가 빠뜨리고 잊은 것 같아 불안하고 무기력해져요." 그의 하소연에 맹세리 교수는 우울장애와 식이장애, 그리고 특히 '성인 ADHD'(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와 관련이 있는지 살폈다고 한다.
질병 특성서 비롯된 부주의함·중도 포기·실패 경험 등이 불안 심화
여성, 신경성 폭식증 유병률… 남성, 반사회적 인격 장애 진단 높아
"유년기 치료 부재, 만성적 무기력·자기 비난등 이어져… 탐색 중요"

ADHD는 흔히 산만하고 충동적인 남자아이들이나 진단받는 것으로 인식되지만, 일부는 성인기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여러 연구에서 성인 남성은 물론 여성도 ADHD의 증상으로 인해 다양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고된다. 이 여성도 성인 ADHD 진단을 받았다.
성인 ADHD에서 다른 진단이 동반되는 경우가 70%를 넘는다고 한다. 이중 범불안장애, 공황장애 등을 포함하는 불안장애는 성인 ADHD의 절반에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맹 교수는 "ADHD의 특성에서 비롯되는 부주의함, 충동성, 빈번한 중도 포기와 실패의 경험 등이 불안을 심화시키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반대로 불안으로 인한 결정의 어려움과 망설임은 ADHD의 증상을 더욱 공고히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성별로 보면 ADHD가 있는 남성보다 ADHD가 있는 여성에서 불안장애와 주요 우울장애, 신경성 폭식증 유병률이 더 높다고 학계에 보고되어 있다. 반면에 ADHD가 있는 남성은 약물·알코올 사용 장애, 반사회적 인격 장애와 품행장애를 동반해 진단받는 비율이 더 높다.
맹 교수는 "유년기에 적절한 평가나 치료적 개입을 경험하지 못한 성인 환자는 증상을 개인의 부족함으로 여기고 만성적인 우울과 무기력함, 자기 비난으로 이어지게 될 수 있다"며 "성인 ADHD 탐색이 중요한 이유"라고 했다.
/임승재기자 isj@kyeongin.com, 일러스트/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