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수원시의 한 대형마트. PB(자체 브랜드) 상품인 2ℓ생수 6개 묶음은 2천원, 930㎖ 우유 2개 묶음은 3천890원, 210g 즉석밥 12개 묶음은 1만1천99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비슷한 NB(일반 제조업체 브랜드) 상품은 생수가 평균 5천원, 우유가 5천600원, 즉석밥이 1만7천440원이었다.

마트에서 만난 이모(40대 초반)씨는 "물가가 너무 높아 상품 가격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PB상품의 가격이 싸서 다른 제품과 품질을 비교해봤는데 별 차이 없어서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통업체가 직접 생산해 수수료 등 절감
전년比 매출 이마트 6%·홈플러스 32% ↑
품질 차이 없어 지갑 얇아진 고객들 겨냥


고물가 시대에 판매액이 반등한 대형마트 업계가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을 겨냥해 가성비 좋은 PB 상품을 확대하고 있다. 유통업체가 직접 생산하는 PB 상품은 마케팅비, 유통 수수료 등을 절감할 수 있어 NB 상품보다 저렴하다. 고물가 여파로 PB 상품 매출이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지난해 이마트 PB 상품인 노브랜드와 피코크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6.4%, 홈플러스 PB 상품인 홈플러스시그니처는 32% 증가했다. 롯데마트 PB 상품의 매출액은 지난해 10~12월 전년 동기 대비 20% 상승했다.

올해도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자 대형마트 3사는 PB 상품의 비중을 늘리고 품목을 다양화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 16일 기존 PB 상품 브랜드를 통합한 마스터 PB 상품인 '오늘좋은'을 론칭하고, 신상품 100여 개를 선보였다. 홈플러스시그니처의 상품 수는 지난해 3천여개로 늘어났고, 노브랜드의 품목 수는 현재 1천500개에 달한다.

"공정 경쟁 해쳐" 일각 소상공인 고충도


하지만 PB 상품의 시장 점유율이 늘어날수록 가격 경쟁에서 밀린 소상공인이 도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 유통 채널을 확보한 대형마트들이 PB 상품을 늘리면서 사실상 대부분의 상품군에서 가격 결정권을 행사하는 상황"이라며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측면이 있어 소상공인의 고충이 크다"고 말했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