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시한폭탄 소형 타워크레인·(상)] 대형사고 안 난 이유? … '운이 좋아서'

입력 2023-03-27 20:00 수정 2023-03-28 11:08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3-28 6면

사회부 소형타워크레인 기획 관련
인천 부평구의 한 건설현장에서 김성훈(가명)씨가 소형 타워크레인을 조종하고 있다. 그는 "대부분 소형 타워크레인이 안전검사 기준에 충족하지 않는데도 점검을 통과하고,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3.3.27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소형 타워크레인은 언제든 사고가 터질 수 있는 건설현장 내 시한폭탄과 같다. 구조결함이나 안전관리 부실 등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하지만 소형 타워크레인은 오늘도 도심 속 각종 공사장에서 위태롭게 건축 자재들을 들어 올리고 있다.

소형 타워크레인 한 조종사는 "운이 좋아서 무사히 퇴근한다"며 씁쓸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경인일보는 소형 타워크레인이 투입된 위험한 작업현장의 실태와 안전 불감증, 당국의 안일한 관리·감독 행정 등을 살펴본다. → 편집자 주

"소형 타워크레인 현장에서 일하려면 목숨을 담보해야 합니다."


소형 타워크레인의 안전 점검 실태를 보여주겠다며 5년 경력의 조종사 김성훈(가명)씨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 22일 인천 부평구 한 공사 현장에서 만난 그는 무선 원격제어기로 소형 타워크레인을 수차례 조종하더니 이내 손을 뗐다.

소형 타워크레인은 공중을 천천히 돌다 10초가 지나서야 멈췄다. '건설기계 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을 보면 무선 원격제어기 등으로 조종되는 타워크레인은 제어기에서 손을 떼면 자동으로 정지해야 하는데, 기계 결함으로 정지하지 않고 계속 움직인 것이다.

김씨는 "규칙대로라면 이 소형 타워크레인은 현장에 나와선 안 되는 장비"라며 "이 장비뿐 아니라 대부분 소형 타워크레인이 안전검사기준에 충족하지 않는데도 점검을 통과하고,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규정대로면 현장 금지 기계 투입
안전검사는 1시간 내 완료 '졸속'
리콜 등 조치 미이행 확인 불투명


소형 타워크레인에 의한 사고는 전국 각지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 1월 부산에서는 소형 타워크레인으로 옮기던 벽돌이 쏟아져 밑에 있던 20대 노동자가 숨지고 말았다. 지난해 12월께 인천 중구 한 공사장에선 소형 타워크레인에 자재를 매다는 고리형태의 부품인 '빈 후크'가 40m 아래로 떨어지는 사고가 있었고, 같은 해 6월에도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와 검단신도시 신축 공사장에서 비슷한 사고가 났다.



소형 타워크레인의 위험성을 조종사들은 꾸준히 제기해 왔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2021년 2월 안전 기준에 부적합하거나 제작 결함이 발견된 소형 타워크레인 3개 기종(120여대)을 등록 말소 조치하고, 9개 기종(240여대)에 대해선 리콜 등 시정 조치 명령을 내렸다.

시정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2년 이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조종사들은 시정 조치가 제대로 이행됐는지도 모른 채 소형 타워크레인을 조종해야 하는 처지다. 이날 현장에서 본 소형 타워크레인(CCTL 80A)도 시정 조치 대상 중 하나였는데, 김씨는 제대로 안전 조치가 이행됐는지 알지 못했다.

국토부는 타워크레인 검사를 산하 기관인 대한건설기계안전관리원에 위탁하고 있다. 그런데 대한건설기계안전관리원은 이 검사를 민간업체에 맡긴다.

"도심 밀집지역선 큰 인명피해"

타워크레인을 최초 등록하거나 구조를 변경할 때는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 6개월마다 정기검사도 이뤄진다. 그러나 안전 검사가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이뤄지다 보니 제대로 된 조치도 없이 기계에 결함이 있는 소형 타워크레인이 버젓이 현장에서 쓰이는 등 안전사고 위험이 크다고 조종사들은 주장한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인천경기타워크레인지부 관계자는 "소형 타워크레인은 대규모 공사 현장이 아닌 도심 등 인구밀집지역에서 쓰이는 경우가 많아 한 번 사고가 나면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진다"며 "그런데도 수십여개 항목을 점검해야 하는 업체의 검사는 1시간도 안 걸려 끝날 정도로 졸속이고, 국토부는 이를 보고도 소형 타워크레인 설치 허가 등을 내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수년째 안전 조치를 요구해도 정부가 제대로 나서지 않는다. 아예 소형 타워크레인을 현장에서 퇴출하는 수준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대한건설기계안전관리원 관계자는 "소형 타워크레인 기종에 큰 결함이 있어서 리콜이나 시정 명령을 받은 것이 아니다. 대부분 사소한 결함"이라며 "결함에 대한 조치가 완료됐다면 현장에 투입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소형 타워크레인 검사 완료 후 기계에 결함이 발생하는 등 문제는 있을 순 있지만, 현장 검사 시에는 체크 리스트를 만들어 꼼꼼하게 점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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