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란계의 '양계장 최소 사육면적 확대'와 관련한 법률 개정안 적용을 2년여 앞두고 산란 농가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비좁은 닭장식 운영을 탈피하고자 동물복지 차원의 정부 조치가 내려진 것인데 자력으로 시설을 개선할 여력이 부족한 소규모 산란 농가들은 줄폐업이 예상된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포천에서 30년간 양계장을 운영한 A(70) 씨는 27일 "다 망하게 생겼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간 주기적으로 나타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와 달걀 가격대란 등 각종 악재에 가까스로 맞서고 있는데, 2년 후 사육면적 확대가 의무화되면 사실상 폐업 외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닭 3만여마리를 사육 중(지난해 기준 산란농가 평균 8만마리 사육)인 영세농장주 A씨는 "(법 개정안대로)사육면적을 확보하려면 구형 사육장을 모두 허물고 다시 지어야 하는데 현재 운영을 유지하기도 벅찬 상황에 어떻게 맞출 수 있겠냐"고 호소했다. 


산란계 최소 사육면적 확대 논란
시설개선 여력 안돼 줄폐업 위기
달걀 수입 의존국가 전락 우려도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018년 9월 축산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산란계 사육 케이지의 적정 사육면적을 마리당 0.05㎡에서 0.075㎡로 50% 상향했다. 산란계 동물복지 증진을 위한 조치로, 기존 운영 중이던 농가는 이 기준을 오는 2025년까지 적용하도록 7년의 유예 기간을 줬다.

그러나 A씨와 같이 자력으로 기준을 맞추기 어려운 농가를 위한 마땅한 대책은 없는 실정이어서 영세 산란농가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현재 운영 중인 산란농가 가운데 사육면적 확대 전환을 계획하는 농가는 10곳 중 한 곳도 안 되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지난해 국회에서 열린 '산란계 사육면적 확대와 동물복지 증진방안 마련 토론회' 자료를 보면 전국 산란농가 103곳 중 10곳(9.7%)만 동물복지 농장으로 전환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전환 의향이 없는 농가들은 '축사 개선 비용 부담(30.1%)', '수익 저하 우려(18.3%)' 등을 이유로 꼽았다.

향후 늘어날 사육면적만큼 달걀 생산량도 떨어질 수 있어 경제적 피해마저 막대할 거란 우려도 나온다. 특히 국산 달걀 생산량이 떨어지고 외국산 유통량이 증가할 경우 식량 주권 확보조차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안두영 대한산란계협회장은 "이번 조치로 전체 달걀 생산량이 30% 이상 줄 것으로 예상되는데 외국 사육환경이나 생산량은 그대로인 상황에 우리나라만 생산량이 떨어진다면 달걀도 수입 의존 국가로 전락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2년 뒤 법률 개정안을 적용하는 계획에 대해서는 변동은 없지만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지자체 농가 전수조사를 검토하는 등 산란농가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