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타워크레인 현장에는 강풍 등을 알려주는 '풍속계(사진 왼쪽부터)', 노동자와 행인 등의 안전을 위해 건설 자재를 담는 '인양함', 타워크레인 접근을 막는 '방호울'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부분 공사장에는 이런 안전장비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는 실정이다. 사진은 건축 자재를 떨어트리지 않고 안전하게 옮기는 데 필요한 '인양함(양중박스)' 없이 위태롭게 철근이 옮겨지는 모습이다. 안전 관련 규정에는 풍속계 설치를 의무화하고, 방호울 설치를 권고하고 있다. /독자 제공 |
소형 타워크레인과 관련된 안전수칙은 국토교통부의 '건설기계 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이나 고용노동부의 '타워크레인 안전작업 매뉴얼'에 잘 나타나 있다.
하지만 건설현장에선 이런 안전수칙이 '무용지물'이라고 소형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은 토로한다.
풍속계 갖춘 현장, 54곳중 고작 12곳
인양함 없이 그냥 자루에 담아 올려
자격증 없는 사람 동원 '풀가동'도
점검부처 '인력 부족' 민간에 맡겨
■ 최소한의 안전장비도 없는 건설현장
타워크레인이 있는 현장에는 강풍 등 위험한 상황을 조종사가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 '풍속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타워크레인 상단에 설치된 풍속계는 초속 15m 이상 강한 바람이 불 때 신호가 울리는 안전장비다. '건설기계 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에는 풍속계를 타워크레인 구조물 중 가장 높은 곳에 설치해야 한다고 의무사항으로 규정돼 있다.
타워크레인 하단부를 둘러싸는 '방호울'과 안전하게 자재를 담아 옮길 수 있는 '인양함(양중박스)'도 현장에 있어야 한다. 이 장비들은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타워크레인 안전작업 매뉴얼' 등에서는 사람이 타워크레인 주위를 지나다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설치를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소형 타워크레인이 쓰이는 현장에선 이런 장비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인천경기타워크레인지부가 최근 소형 타워크레인이 있는 인천·부천지역 건설현장 54곳을 조사한 결과 풍속계와 방호울이 있는 곳은 각각 12곳(2곳은 기능불능)과 28곳에 불과했다.
인천에 사는 7년 경력의 소형 타워크레인 조종사 임지석(가명·48)씨는 "작은 철 등은 인양함에 담아 올려야 하는데 그냥 '톤백'(자루)에 담아 올리는 경우가 많다. 찢어진 톤백 사이로 철제들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일을 현장마다 한두 번씩은 겪었다"며 "풍속계는 다들 알만한 중견급 이상 기업에서 담당하는 건설현장이 아니면 거의 없다. 타워크레인 위쪽과 아래쪽의 풍속이 다른데 이런 장비가 없으니 강풍이 불어도 알지 못하고 작업을 강행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소형 타워크레인 현장의 위험성을 잘 알아서 우리 아이들에게는 절대로 근처에 가지 말라고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 아무나 조종하는 소형 타워크레인
소형 타워크레인은 대형 유인 타워크레인 조종 면허나 소형 타워크레인 조종 면허가 있어야만 조종할 수 있다. '건설기계 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에는 타워크레인 무선 원격제어기에 관계자 외에는 취급할 수 없도록 잠금장치 등을 설치하라고 돼 있다.
그러나 건설현장에서는 공기(공사 기간) 단축 등을 위해 자격증이 없는 사람까지 동원해 소형 타워크레인을 그야말로 '풀 가동' 시키는 실정이다.
인천의 또 다른 소형 타워크레인 조종사 박창민(가명·31)씨는 "최근에 점심을 먹고 왔는데 내 타워크레인이 움직이고 있었다. 이런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라며 "공사 기간을 맞추려고 관련 자격증이 있는 건설현장 관리자들이 목수나 외국인 노동자 등에게 조종법을 알려준 뒤 기계를 작동시킨다"고 푸념했다.
국토교통부는 건설현장의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 지난 2019년 소형 타워크레인(원격 조종 크레인)별로 전담 조종사를 지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 정작 현장 점검하는 부처도 '인력 부족'
타워크레인 등록과 설치, 허가 등의 업무는 국토교통부, 현장 안전조치 등은 고용노동부와 각 지청에서 하고 있다. 하지만 각 지청도 인력이 부족해 소형 타워크레인 현장의 안전 조치 점검을 민간에 맡겨야 하는 처지다.
이와 관련해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인천 등 관할 지역에 공사장만 수천 개가 넘는데, 이를 관리·감독하는 담당 인력은 10여명 남짓"이라며 "규모가 큰 현장 위주로 관리·감독하고, 소규모 현장의 경우 '안전보건지킴이'(만 55세 이상 건설업 관련 퇴직자 중에서 선발)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
<저작권자 ⓒ 경인일보 (www.kyeongin.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