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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스토리] 반도체 불황에 한국 경제 먹구름… 경기·인천 기업들, 위기를 기회로

메가 클러스터 '추격자' 베팅… 글로벌 혹한기 '초격차' 슈팅
입력 2023-03-31 14:20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3-3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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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

반도체는 경기도·인천시 경제의 핵심이다. 관련 업체가 전국에서 경기도에 가장 많고, 그 다음은 인천시다. 두 지역 수출에서도 반도체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경기도엔 국내 반도체 생산의 양대산맥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사업장이 있고 인천시의 경우 반도체 패키징 분야의 세계 2~3위 기업이 소재하는 등 패키징부문 생태계가 국내 최고 수준으로 조성돼있다.

반도체 관련 호재, 악재에 경기도·인천시 경제가 번번이 요동치는 이유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업황이 부진해 두 지역 경제에도 먹구름이 꼈다.



어려울 때일수록 반도체 초격차를 실현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반도체를 비롯한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조성지역을 공모하고 최근엔 삼성전자 등 민간의 대대적 투자를 중심으로 경기 남부권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고 한 점도 이런 맥락에서다.

경기도·인천시 역시 반도체 특화단지에 열을 올리는 한편, 경기도 경제전반이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구축에 들썩이는 등 반도체에 울고, 또 웃고 있다.

'경기침체·물가상승' 전자제품 소비 줄면서 재고 쌓여
경기, 수출 작년 7월부터 하락추세… 메모리 60.7% ↓
인천도 2월 수출 전년比 38.5% 감소 부진 등 실적 악화
사업장 소재 수원·용인·평택 등 지자체 재정도 악영향

정부 첨단산업 특화단지 공모 경인지역 8곳 도전 치열
경기남부권 300조 투자 인프라·산업체 집중 '시너지'
시스템 분야 취약 보완 세계시장 압도적 우위 청사진


인천시 중구 영종국제도시 스태츠칩팩코리아 1공장 생산라인에서 관계자가 공정을 확인하고 있다. /경인일보DB

■ 지난해 하반기부터 끝모를 추락…암울해진 지역경제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업황은 좋지 않다.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으로 반도체를 사용하는 각종 전자제품 소비가 줄었고 이에 따라 반도체 재고가 쌓여 가격이 하락해서다. 수원세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 고정가격은 지난해 5~6월만 해도 3.35달러였지만 반년여 만인 올 1~2월엔 1.81달러까지 하락했다.

낸드플래시 고정가격도 지난해 1~5월엔 4.81달러였지만 올 1~2월엔 4.14달러까지 내려갔다. 경기도 수출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가격이 내려간 만큼, 전체 수출액도 계속 감소세다.

경기도의 반도체 수출액이 하락세에 접어든 것은 지난해 7월이다. 그리고 바로 다음 달인 8월, 경기도의 수출 실적은 2년 만에 감소했다. 지난 2월에도 경기도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12% 줄었는데, 이 중 반도체 수출액은 무려 50.5%가 감소했다. 반도체 중에서도 주요 수출 품목인 메모리 반도체는 상황이 더 심각해 60.7%가 줄었다. → 그래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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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한국무역협회 인천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 2월 인천지역 수출액은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1.6% 줄었는데,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38.5% 감소했다.

경기도가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면 인천시 반도체 수출의 대부분은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가 차지하는데, 시스템 반도체 수출액이 40% 가까이 하락하면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런 상황은 반도체 제조업체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실적과도 무관치 않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9% 줄었고, SK하이닉스는 10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두 회사의 사정은 올 1분기에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이 분기 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는데, 이 경우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 이후 14년 만이다. 실적 악화는 일부 지자체의 재정 문제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본사나 사업장이 위치한 수원시, 용인시, 평택시, 이천시 등은 두 기업이 내는 법인세수에 대한 의존도가 큰 편이다. 많게는 2천억원에 이른다. 실적이 악화돼 세금이 예정보다 적게 걷히면 각 지자체 재정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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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부터 세계 최고 용량의 '1Tb(테라비트) 8세대 V낸드' 양산에 들어갔다. 사진은 삼성전자 '8세대 V낸드'. /연합뉴스

■ 반도체 호재, 지역을 흔들다

반도체 경기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지만, 관련 호재는 지속적으로 지역을 흔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반도체를 비롯한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조성지역 공모에 나섰는데, 경기도와 인천시 모두 유치 의사를 밝힌 상태다.

경기도에선 무려 7개 시가 도전장을 내밀었고, 인천시는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유정복 시장이 총괄하는 추진위원회를 꾸리는 등 일찍부터 유치를 준비해왔다. 이르면 다음 달 조성지역을 발표할 예정이라 지역별 경쟁이 갈수록 불붙고 있다.

이와는 별개로 2042년까지 300조원을 들여 경기 남부권에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방안이 지난 15일 발표됐다. 용인·화성·평택·이천 등 삼성전자·SK하이닉스 사업장과 인근 소재·부품·장비기업, 성남 판교 일대의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들을 연계하는 게 구축안의 골자다.

중심엔 용인 남사읍·이동읍 일원에 조성하는 시스템 반도체 국가산업단지가 놓인다. 우리나라는 메모리 반도체의 세계 최강자이지만, 시스템 반도체 분야는 관련 인프라 등이 상대적으로 취약했는데 이런 점을 보완해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단연 우위를 점하겠다는 취지다.

160만명의 고용을 유발하고, 직·간접적으로 유발하는 생산효과만 700조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경기 남부권이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클러스터의 조성지로 낙점된 것은 이미 이곳에 반도체 관련 인프라와 산업체가 상당수 집중돼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최적의 공간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 위치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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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화단지, 국가산단 등 대규모 인프라 조성은 지역 반도체 업계로선 영역을 확대하고 발전의 동력을 키울 수 있는 토대가 된다는 점에서 절실한 일이다. 삼성전자만 해도 기술은 이미 갖추고 있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정 인프라가 대만 TSMC에 비해 부족해,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조성하면서 관련 인프라 구축에도 대거 투자해, 반도체 시장 전반을 선도할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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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GAA(Gate-All-Around) 기술을 적용한 3나노 파운드리 공정 기반의 초도 양산을 시작했다. 사진은 3나노 파운드리 양산에 참여한 파운드리사업부, 반도체연구소, 글로벌 제조&인프라 총괄 주역들의 기념 촬영 모습. /삼성전자 제공

호재는 곧바로 지역경제를 뒤흔들었다. 당장 반응한 곳은 부동산이다. 국가산단 후보지로 거론된 남사읍 소재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는 전용 84㎡가 이달 초 3억3천여만원에 팔렸지만 발표 이후엔 5억원 이상까지 가격이 뛰었다.

이에 지난 20일 남사읍·이동읍 일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이는 용인 처인구 전반에 영향을 미쳤는데,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20일 기준으로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경기도 아파트 가격이 1주일 새 0.27% 하락한 와중에 처인구는 남사읍을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늘면서 0.02% 낮아지는데 그쳤다. 마찬가지로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의 또 다른 축인 화성 동탄, 평택 고덕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이런 양상은 지난 2019년 SK하이닉스가 용인 원삼면 일대에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결정했을 때와 유사하다. 해당 반도체 클러스터는 SK하이닉스가 120조원을 들여 짓는 곳인데, 당시에도 전국적인 유치 경쟁 끝에 원삼면이 낙점됐다.

곧바로 인근 부동산이 들썩이면서 땅값이 급등했고, 급기야 이곳을 중심으로 한 투기 의혹까지 불거져 수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원삼면 일대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다.

한편 반도체 산업 중심지로서의 경기·인천의 위상을 공고히 해나가는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경제 체질을 다변화해 반도체 시장에 위기가 닥칠 때 지역경제 전반이 흔들리는 일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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