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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양주시의 한 산란계 농장에 닭들이 알을 생산하고 있다. /연합뉴스

2년뒤 '사육면적 확대' 앞두고
정부, 영세농 시설교체비 융자
수익 못 거두면 '빚더미' 위험
전국 절반 해당 "실효성 없어"


산란계 최소 사육면적 확대 개정안 적용을 앞두고 농가들의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3월 28일 7면 보도=농가 지원대책 없는 동물복지… 어쩌란 말인가) 정부가 대책으로 검토 중인 '시설 현대화 사업'은 정작 시설 교체가 시급한 영세 농가는 엄두도 못 내는 실정이다.

그동안 농가 지원이 융자사업으로 진행됐던 탓에 규모가 작은 농가들은 빚더미에 내몰릴 걱정이 더 앞서기 때문이다.

정부는 산란농가의 비좁은 닭장식 운영을 탈피하고자 마리당 사육 면적을 50% 확대하는 개정안 적용을 2년 앞두고 '시설 현대화 사업' 방식을 대책으로 논의하고 있다.

이 사업은 낙후된 축산 농가의 생산성 향상 및 환경 개선을 위해 주기적으로 시설 교체 비용을 지원하는 정책사업이다. 사업자금은 농림축산식품부와 각 지자체의 예산이 투입되는데, 농가에 현금성 보조금을 지급하는 게 아니라 낮은 이자로 장기 대출을 주는 융자사업으로 대부분 진행된다.

즉 당장은 정부 예산을 빌려줘 시설을 개선시키고, 이후 운영이 정상화되면 농가 수익으로 자금을 돌려받는 방식이다. 이처럼 '빚질 기회'를 제공하는 식으로 사업이 진행되면서 일부 농가는 시설 현대화를 마친 뒤 정작 일정 수익을 거두지 못해 오랫동안 빚을 떠안는 상황을 맞기도 한다.

실제 포천에서 37년째 산란농가를 운영 중인 김모(61)씨는 "6년 전 시설 현대화를 마쳤는데, 최근까지 20억원 가량 적자를 지고 운영해왔다. 집도 팔고 있는 돈 모두 끌어모았는데 아직까지도 채무가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달걀값이 워낙 외국산 수입물량이나 전염병(AI) 등 변수에 따라 변동이 커서 안정적인 수익을 예상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특히 시설개선이 시급한 농가는 구형 닭장을 사용하는 노후화된 영세 농가들이 다수인데, 이들은 예전부터 규모가 작은 탓에 빚이 남을 걸 우려해 시설 현대화 사업을 받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현 상황의 대책으로 현대화 융자사업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40년 동안 소규모 산란농가를 운영해온 도민 A(70)씨는 "그동안도 함부로 빚내기 어려워 그나마 갖춘 시설로 근근이 벌어먹을 만큼만 운영해 왔는데 (2년 뒤면) 빚내서 시설을 바꾸든 폐업하든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니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대한산란계협회는 전국 산란농가 가운데 450여곳(40~50%)이 이러한 구형 케이지를 사용하는 영세 농가로 파악하고 있다. 즉 절반에 가까운 농가들이 별다른 조치가 없으면 2년 뒤 폐업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최신 통계청 가축동향조사를 보면 경기도 산란농가는 전국 937곳 중 203곳(21.6%)으로 지자체 중 가장 많아 파장이 클 전망이다.

이에 농식품부는 최근 산란농가 시설 현장 조사에 나선 상황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우선 현황을 제대로 파악한 후에 어떤 방식으로 어려운 농가들을 지원할지 검토할 예정"이라면서 "융자사업으로 할지, 혹은 보조사업으로 지원할지는 재정당국과 협의도 거쳐야 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