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실패' 분위기 짙어지는 고향사랑기부제

입력 2023-04-05 20:27 수정 2023-04-05 20:28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4-0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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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사랑기부제 시행 100일을 앞둔 가운데 5일 오후 수원시 팔달구 NH농협은행 수원시지부에 고향사랑기부제 참여를 독려하는 포스터가 세워져 있다. 2023.4.5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경기도는 시행 초기부터 고향사랑기부제 기부가 흥행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기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출향민'인데, 경기도의 경우 다른 지방도시와 달리 출향민의 규모가 크지 않고 인구 이동도 도 안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뿐 아니라 초기에 각 지자체가 제도시행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점, 소액 기부자에 대한 유인책이 적고 법인 기부가 막혀 있다는 제도 미비도 저조한 성적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도내 인구 순유입 경향 출향민 소수
5만원 미만 소액기부자 답례품 포기
성적 공개 경쟁 꺼려 홍보도 소극적
해외보다 공제상한 낮고 법인 막혀


■ 사람이 모이는 경기도, 고향사랑기부제에는 악영향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시·도별 인구이동 현황을 보면, 지난해 경기도를 포함한 세종, 인천, 충남, 강원, 제주, 충북 등 7개 시·도는 나간 인구보다 지역에 들어온 인구가 많은 순유입을 보였다.

반면 울산, 경남, 광주, 대구 등 10개 시·도에서는 지역을 들어온 인구보다 나간 인구가 많은 순유출로 나타났다. 이런 인구 상황은 고향사랑기부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출향민이 적다보니 고향에 기부하는 경우도 적어지기 때문이다. 또 산하 시·군이 많아 기부가 분산돼 광역지자체인 경기도로 들어오는 기부도 적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경기도는 매년 2월에 기부현황을 공개하도록 한 규정에 따라 내년 2월에 기부현황을 공개할 계획이다. 지자체 간 기부경쟁 심화를 방지하기 위해 현시점의 기부 목표액, 기부액을 공개하지 않는 것인데, 기부 경쟁이 과열되면 현행 법령을 위반한 기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지자체에 실적 압박으로 이어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 고를 게 없는 못 받는 답례품, 홍보 부족 영향도 커


=지난 2월 용인·의왕에 각각 고향사랑기부금 5만원·3만원을 기부한 A(35)씨는 돌아온 답례품을 보고 허탈했다. 기부액의 30%를 포인트로 환급해주고 포인트를 활용해 답례품을 고를 수 있는 구조인데 의왕은 답례품 선정이 늦어져 받을 수가 없었다.

용인은 1만5천 포인트로 받을 수 있는 답례품이 '텀블러 커버' 정도에 그쳤다. 여러 지자체에 나눠 기부하고 싶은 소액기부자에 돌아오는 혜택이 적은 실정인 것이다. 게다가 1만5천 포인트 미만으로는 선택할 수 있는 답례품이 없어, 5만원 미만 기부자는 답례품을 포기해야 하는 실정이다.

시행 95일째(5일 기준)를 맞았지만 아직 제도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것도 현 상황의 한 원인이다. 경기 남부권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정부(행안부)는 지자체 경쟁이 심해지지 않게 기부 성적을 공개하지 말라는 입장"이라며 "경쟁을 꺼리는 분위기가 적극적으로 홍보를 못하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 대중화 위한 제도개선 필요


=한국의 고향사랑기부제가 벤치마킹한 일본의 '고향납세제'의 경우 기부자의 소득이나 가족 구성원 수 등에 따라 세액공제 상한선이 다르고 일부 개인부담금을 제외하면 기부금 대부분을 공제받을 수 있는 구조다. 또 개인뿐만 아니라 법인도 기부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국내 제도는 개인 기부만 허용하며 전액 세액공제도 10만원까지만 가능하다. 그 이상의 기부금에 대한 세액공제는 16.5%에 그친다. 이 때문에 일부 유명인사들의 고액 기부에 의존하기보다는, 일반 시민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고향사랑기부제 대중화를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도 관계자는 "고향사랑기부제가 대중적으로 많은 시민이 하게 하려면 홍보도 중요하지만, 일본의 고향납세제처럼 기부를 했을 때 손해보다는 혜택이 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지영·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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