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전세사기를 저지른 이른바 '건축왕'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떼인 청년 3명이 잇따라 숨졌다. 전셋집에서 쫓겨날 처지에 놓인 피해자들은 '경매 중지' 등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것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17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숨진 30대 A씨와 사흘 전인 지난 14일 숨진 20대 B씨는 모두 국토교통부와 인천시가 운영 중인 '전세피해지원센터'(부평구 십정동 소재)를 찾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센터에서 상담해 주는 긴급 주거지원과 저금리 대출 등이 이들에게도 실효성 없는 대책이었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 긴급 주거 지원 고작 '8가구'뿐… 겉도는 정부 대책
국토부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위한 추가 지원 대책으로 전셋집이 낙찰돼 퇴거할 상황에만 발급했던 전세피해확인서를 피해 사실이 확인된 경우 미리 발급해 주고 있다. 정부, 인천시, LH(한국토지주택공사), iH(인천도시공사) 등이 긴급 지원하는 주택에 입주할 경우 한 번에 내야 했던 6개월 치 월세도 매월 납부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지난 1월 말부터 전세피해지원센터에서 이뤄진 상담은 2천240건에 달한다. 인천시가 확보한 공공임대주택은 238가구다. 하지만 긴급 주거 지원을 받아 공공임대주택에 최근까지 입주한 가구는 겨우 8가구뿐이다. 피해자들은 입주 절차가 까다롭고 임대주택의 주거 여건이 열악하다고 토로한다.
전세사기 대책위, 경매중지 촉구
저금리 대환대출 상품 지원 제외
긴급주거지원, 절차 까다롭고 열악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가구에 연 1~2%의 저금리 대출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연 7천만원의 소득 기준을 충족하는 무주택자가 전셋집에 입주하는 경우에만 지원 대상이 된다. 소득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피해자 중에는 전세대출 만기를 앞두고 신용대출 등을 끌어다 써 추가 대출을 받기 부담스러운 경우도 적지 않다. 전셋집이 아닌 월세 등을 원하는 피해자들은 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정부는 기존 주택전세대출을 저금리로 전환하는 대환대출 상품을 오는 5월 출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5월 이전 경매를 통해 낙찰된 가구는 이 상품을 지원받지 못한다. 대책위가 즉각적인 경매 중지를 요구하는 이유다. 대책위는 이달 11일 기준 106가구가 이미 경매로 매각된 것으로 추산했다.
■ 벼랑 끝에 내몰린 피해자들, 심리 상담조차 오리무중
지난 2월28일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를 본 30대 남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자, 정부는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주택보증보험공사(HUG)와 협약을 맺은 심리지원센터 500곳이 1인당 최대 3차례 상담을 벌인다는 내용이었다.
인천시, 아직 심리상담센터 파악못해
하지만 정작 전세피해지원센터를 운영하는 인천시는 피해자들이 심리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센터가 어디인지, 그동안 얼마나 상담이 이뤄졌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안상미 대책위원장은 "피해자들은 벼랑 끝에 내몰렸다. 심리 상담 지원뿐만 아니라 경매 중지와 같은 근본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