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국관리사무소 단속에 걸릴까 불안해도 일을 하지 않으면 아이를 키울 수 없습니다."
고려인 아내와 함께 지난 2019년 인천에 정착한 러시아 국적 A씨는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A씨는 프리랜서로 해외에 있는 아이들에게 온라인으로 수학을 가르치는 일을 하는데, 한 달에 그가 손에 쥐는 돈은 겨우 30만원 정도다.
두 아이를 키우는 A씨는 생활비가 빠듯해 인근 공장에서도 간간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들이닥치진 않을까 두렵다"는 그는 "지난해 아내가 수술을 받아 일을 그만뒀을 때는 정말 눈앞이 캄캄했다"며 "언제 다시 아내가 일을 그만둘지 모르는데, 이런 경우에는 F-1(방문동거) 비자를 받았더라도 마음 편히 일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F-1은 재외동포의 배우자가 받을 수 있는 비자다. 아내가 고려인인 A씨도 F-1 비자를 받았다. 재외동포는 F-4 비자를 받아 한국에서 일할 수 있지만, F-1 비자가 나오는 배우자나 자녀들은 그럴 수 없다. 재외동포라도 택배원, 이삿짐 운반원 등 단순 노무에 해당하는 일은 하지 못한다. 이는 대한민국 국민의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법무부가 지난해 12월 집계한 결과를 보면, 인천시에 F-1 비자를 받은 외국인은 총 7천684명이다.
A씨처럼 생계난 탓에 어쩔 수 없이 불법으로 일하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수소문할 수 있었다. 카자흐스탄에서 살다 남편과 함께 2018년 입국했다는 B(33·여·인천)씨도 비슷한 처지다.
B씨는 "한국에 정착한 지 5개월 만에 남편이 일하다 다쳐 경기 김포시에 있는 한 공장에 출근하게 됐는데, 3일째 되던 날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이 들이닥쳐서 바로 잡혀갔다"며 "외국인 보호소에서 하루를 보내면서 남편과 전화 통화도 하지 못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끔찍하다"고 푸념했다.
B씨가 당시 이틀 동안 공장에서 일해 번 돈은 11만원. B씨는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이틀 치 일당의 7배 이상에 달하는 벌금 80만원을 낸 뒤에야 보호소에서 나올 수 있었다.
F-1 비자를 받은 외국인이 한국에서 일자리를 얻으려면 인구소멸지역에 가서 일하거나, 재외동포인 배우자가 영주권을 취득하는 수밖에 없다. 재외동포가 영주권을 취득하면 그의 가족도 영주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재외동포가 영주권을 취득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연간 1인당 GNI(국민총소득)에 70% 정도를 벌어야 한다. 지난해 1인당 GNI는 4천220여만원이다.
김준태 너머인천고려인문화원 서울상담소장은 25일 "재외동포 비자를 받은 배우자가 아프거나 출산을 해 일을 할 수 없는 기간만이라도 F-1 비자를 받은 배우자가 일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허용해 줘야 한다"며 "입원 확인서 등 증명이 확실한 경우 단기간이라도 제약을 풀어주면 소득 공백이 생기지 않아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고려인 동포들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수진기자 wed@kyeongin.com
"취업금지 F-1 비자, 남편·아내 아플 때 근로 허용해야"
출입국관리사무소 들이닥칠까 전전긍긍… 인천에만 7684명
입력 2023-04-25 19:49
수정 2023-04-25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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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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