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0채에 달하는 규모의 동탄 오피스텔 전세 사기 의혹 근원지인 화성 반송동 소재 A공인중개사사무소 폐업 한 달여 전, 정부가 동탄과 수원 광교 등 일부 전세사기 우려 지역을 대상으로 관련 조사를 벌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점검에서 이번 사건 임대인들은 빠져 있어, 선제적 대응도 소용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와 국회 차원의 대책도 쏟아지고 있지만, 실제 피해자를 구제하는 방안이 될지는 미지수다.
부동산원 조사대상만 포함 가능성… '선제적 대응 무색' 지적
여야 '공공 매입 vs 우선 매수권·대출 지원' 대책 두고 이견
■ 동탄 전세사기, 막을 수 없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경기남부지부에 따르면 지난 2월 한국부동산원을 발신인으로 한 '실거래가 신고 관련 자료 요청' 등 내용이 담긴 우편물이 화성 동탄과 수원 광교 등 지역 내 일부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발송됐다. 전세 사기 피해가 잇따르자 일부 오피스텔 밀집지역을 대상으로 조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조사가 이뤄진 지 한 달여 후인 지난달 중순 A공인중개사사무소(이하 A사무소) 대표 공인중개사 B씨는 자신의 사무소 폐업을 관할관청에 신고한 뒤 임차인들과 연락을 끊었다.
A사무소와 같은 건물에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는 C씨는 "우리 사무실이랑 다른 데는 아니고 A사무소에 정부의 조사와 관련한 우편물이 왔다고 들었다"며 "어떠한 자료를 요청하는 내용인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인 한국부동산원이 당시 진행한 조사 대상에 A사무소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인근의 다른 사무소 공인중개사 D씨도 "A사무소가 최근 어떤 조사를 받았다고 들었는데 그 이후 문을 닫고 종적을 감춘 것 아니겠냐"고 의심했다.
이와 별개로 국토부가 서울시·인천시·경기도와 함께 지난 2월부터 오는 5월까지 진행 중인 '전세사기 의심 공인중개사 특별점검' 대상에도 이번 사건 피의자인 E씨 부부 등 임대인 3명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미 보증사고 전력 등이 있는 악성 임대인의 주택을 2회 이상 중개한 공인중개사를 점검했던 터라 기존 사고 이력이 없던 E씨 부부 등이 대상에서 빠졌던 것으로 보인다.

■ 정부 대책 속도 높이지만
=전세 사기 피해 주택 경매 시 피해 임차인에게 우선 매수권을 주고, 저리 대출을 지원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20일 전세 사기 근절 및 피해 지원 관련 당정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방안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당정은 이날 회의에서 금융권 경매·공매 유예 조치가 충분히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금융기관이 제3자에게 채권을 매각하는 경우에도 경매를 유예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당정은 또 피해 주택 경매 시 일정 기준의 임차인에게 우선 매수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 방안을 검토하고, 피해 임차인이 거주 주택 낙찰 시 구입 자금 마련을 위해 일정 기간 저리대출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날 열린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여야는 전세사기 피해 대책을 두고 이견과 공방이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허종식(인천 동·미추홀갑) 의원은 "공공에서 전세사기 주택을 매입하면 선순위채권에서 가져가기 때문에 효력이 없다는 것이 정부 답변이다. 상식선에선 이 말이 맞다. 그러나 전세사기는 상식을 뛰어넘는 사건이다. 그러니 상식을 뛰어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특단의 조치를 촉구했다.
정의당 심상정(고양갑) 의원도 "우선매수권과 대출지원만으로는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라며 "피해자들 대부분이 전세대출을 떠안고 있는 상황에서 더블로 대출받아 집을 사라는 이야기"라고 비판하고 공공매입을 촉구했다.
이에 원 장관은 "무슨 돈을 가지고, 얼마에 구매하라는 것인가"라며 "할인하면 피해자가, 비싸게 산다고 하면 납세자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또 "피해자들이 원하는 경우에는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입법적 조치를 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때는 충분한 거치기간을 둔 저리 융자를 통해 물건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협의 진행하고 있다. 책임있게 대책을 제시하겠다"고 했다.
/권순정·김준석기자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