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뉴스분석] '전세사기'가 아니라 '깡통전세'가 진짜 문제

입력 2023-04-20 19:36 수정 2023-04-23 18:50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4-2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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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전세사기 피해 사망자 A씨가 거주한 인천시 미추홀구 한 주택 외벽에 '전세금'반환을 요구하는 현수막 위로 빨간 신호등이 켜져 있다. 2023.4.17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화성 동탄 오피스텔 전세금 피해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며 임대인이 전세금을 반환하지 못하는 통칭 '전세사기' 피해가 광범위하게 확인되고 있다. 지난 2020년 65%대였던 전세가율이 지난해 중반 87%대로 크게 늘어났다는 조사 결과까지 나오고 있어 전세금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이 따른다.

이런 상황을 수습하고 정확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선 '전세사기'가 아니라 '깡통전세'가 문제라는 핵심을 파악해야 한다는 주장이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 같은 사회적 재난을 '사기'라는 범죄로 치환하면 '빌라왕'·'빌라의 신'·'건축왕'을 찾아 형사 처벌하는 것을 중심으로 대책이 수립돼 결국 피해자 구제가 요원해진다는 지적이다.
'전세사기', '깡통전세' 무엇이 문제인가… 규정이 바꾸는 해법
지난해 빌라왕 사망사건을 시작으로 동탄 오피스텔 전세금 피해까지 다수 피해자를 양산한 사건은 이른바 '전세사기'로 불린다. 하지만 이 명칭 속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세사기는 처음부터 임차인을 기망할 목적으로 보증금을 가로채는 것을 뜻하기 때문인데, 나타난 피해는 주택가격 하락으로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는 '깡통전세'가 핵심이어서다.

소수 임대인의 무분별한 주택 매입이 원인이지만 상황을 전세사기로 규정할 경우, 피해자 구제보단 형사 처벌이 우선될 수 밖에 없고 깡통전세로 사건을 바라봐야 개별 피해자를 구제할 방법을 도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참여연대 측은 "(이런 사건들 외에도)향후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깡통전세 위험은 더 커질 것"이라며 "사건을 정확히 파악해 구제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셋 중 하나 전세가율 80% 이상 단지… 시한폭탄 된 전세주택

민간연구기관인 한국도시연구소가 지난 2021년 1월 1일부터 2022년 12월 31일까지 이루어진 전세계약 135만건 중 94만건을 대상으로 매매자료와 전세가율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전세가율이 80% 이상인 단지가 41.6%였고 지난해엔 38%를 기록했다.


평균 전세가격을 평균 매매가격으로 나눈 값인 전세가율은 높을수록 매매가와 전세가가 비슷하다는 뜻으로 '깡통전세' 위험이 높은 것으로 본다. 전세가율이 100%를 넘으면 전세가 매매보다 높은 '역전세'다. 위의 조사 대상 중 전세가율 100% 이상 단지는 10% 내외(2021년 12.2%·2022년 9.3%)였다.



경기도로 범위를 좁히면 전세가율이 80%가 넘는 단지는 2021년 전체의 35.8%에 달했고, 2022년엔 30.1%였다. 세 채 중 한 채가 전세가율이 높은 범주에 속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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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법원 경매가 열린 19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 정문에서 경매중단을 요구하는 피캣 시위를 하고 있다. 2023.04.19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깡통전세' 근본적인 원인과 대책은
깡통전세는 '갭투기'와 연결된다. 깡통전세는 전세가율이 높은 주택을 매입한 뒤 기존 전세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임대를 줘 투자금을 회수하는 갭투기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전세 레버리지를 이용한 주택매입은 자기자금보다 보증금이 크다는 것이 근본적인 리스크다. 결국 매매가·전세가가 하락하면 자기자금으로도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상황을 초래한 이유는 다르지만 해외 사례로는 서브프라임 사태 당시 부도 임대주택을 매입한 미국이 있고 국내에서도 지난 2007년, 2010년 각각 부도 아파트와 미분양 주택을 매입한 사례가 있다. 이 사례들의 공통점은 모두 공공이 시장에 개입해 난맥상을 풀었다는데 있다.

시민사회와 정치권 일각에선 이번에도 공공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한다. 참여연대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창구 역할을 하는 개입 모델을 제시했다. 피해 임차인이 요청하면 캠코가 임차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하고 이 비용으로 임차인이 새로운 집으로 이사하는 방법이다. 다만, 임차보증금 반환 채권 매입금이 보증금보다 적다는 게 문제다. 실제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보증금반환채권 매입할 때)할인하면 피해자가 수용 안 하고 비싸게 사면 납세자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보증금반환채권에는 할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피해자가 보증금 전액만큼을 보전할 수는 없다. 대신 정부는 전세사기 주택 경매 시 임차인에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고 경매낙찰금에 저리대출을 추진키로 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깡통전세는 부동산 경기에 따라 언제든 터질 수 있는 뇌관"이라며 "공공이 개입해 피해자를 구제하고 전세대출을 억제하고 전세 보증 한도를 조정하는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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