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갑자기 이렇게 관심이 높아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차라리 잘됐습니다
김포골드라인을 타고 김포공항역에서 직장이 있는 서울 충정로역까지 출근하는 고모(45)씨는 최근 골드라인 문제가 전국적인 이슈로 떠오른 게 화가 나면서도 고맙다고 했다. 수년 전부터 승객들의 비명이 계속되고 대체철도망 건설을 촉구하는 시위가 수도 없이 열려도 달라지는 게 없었는데 이번에는 분위기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 같다고 그는 내심 기대했다.차라리 잘됐습니다
시민들의 기대감과 다르게 골드라인의 뚜렷한 해법은 나오지 않고 있다. 정확히 따지면, 철로 위에서는 해법이 전혀 나올 수가 없는 상황이다. 원천적인 '2량 설계구조' 때문이다.
골드라인은 중전철인 서울지하철 9호선 김포연장 계획이 무산되는 과정에서 우여곡절 끝 탄생한 꼬마열차다. 2003년 정부는 2기 신도시로 양촌신도시(현 김포한강신도시)를 발표하면서 9호선 김포연장을 광역교통개선대책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듬해 한강신도시 대폭 축소 등에 따른 경제적 타당성 부족으로 9호선 대책은 사라지고 고가 경전철이 추진됐다.
김포시는 신도시 입주 이후 인구가 가파르게 증가할 것을 예상해 2010년대 들어 다시 9호선 연장을 추진하다가 수요 부족, 건설·운영비 증가 등으로 무산됐다. 이후 시는 한강신도시 교통분담금과 시 예산으로만 경전철을 자체 건설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그 무렵 MRG(최소운영수입보장) 방식을 채택한 의정부·용인·김해의 고가경전철이 적자에 시달리면서 지자체에 엄청난 재정부담을 안기고 있었고, 이에 따라 정부와 경기도가 김포 경전철에는 엄격한 수요예측 잣대를 적용하는 바람에 추진에 난항을 겪었다.
당시 광역버스 대기 줄만 100m 이상 늘어서는 등 극심한 교통난으로 대책이 시급했던 시는 결국 국·도비 지원 없이 1조5천억원(신도시 분담금 1조2천억원·시 예산 3천억원)의 비용을 고스란히 부담해 경전철을 건설할 수밖에 없었다.
건설 당시 '엄격 잣대' 계획 축소
시민 일부 '4량 편성' 건의있지만
"승객 대피 등 안전 우려… 불가"
시민 일부 '4량 편성' 건의있지만
"승객 대피 등 안전 우려… 불가"
이 같은 예산부담 탓에 골드라인은 애초 구상한 4량이 2량짜리로 변경되고, 승강장도 3량 규모(47m)에서 2량 규모(33m)로 축소됐다. 같은 2량 경전철인 인천 2호선이 미래수요에 대비해 승강장을 4량 규모로 건설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확장성 없는 2량 경전철'은 인구 50만 김포에 뼈아픈 대목이다.
골드라인의 포화상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성인 한 명이 A4용지 절반 크기를 밟고 있는 수준이고, 역사 진입계단까지 인파 병목현상이 빚어지며 이용객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올해 들어 승객이 실신·탈진하는 사례가 잦아지자 소방당국은 비상인력을 배치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골드라인 혼잡도를 완화할 직접적인 아이디어를 건의하고 있다. 승하차 시 열차를 약간 이동하는 방법으로 4량 편성을 운영하자는 게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해 철도업계 관계자는 "그렇게 하려면 신호시스템 개선공사를 위해 열차운행을 최소 3개월 이상 전면 중단해야 하고, 화재 등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승객 대피에 문제가 있어 인명사고 우려가 크다"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3면([경인 WIDE] 승객 분산 대책, 뭐든 시도해봐야… "5호선 연장, 속도 내달라")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