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고려장 폐지하라" vs "시설에서 살고 싶다는데 왜 내보내냐"
장애인 탈(脫)시설 찬반 여론이 경기도의회로 향했다. 유호준(민·남양주6) 의원 주도로 도의회가 '경기도 장애인 탈시설 지원 조례안'을 입법 예고하면서다.
지난 20일 공개된 해당 조례안에는 장애인 탈시설에 도지사가 책무를 다할 것과 예산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2017년 정부가 국정과제로 탈시설 강화를 내세운 뒤 지자체들이 잇따라 관련 조례를 마련했고 서울 등 4개 광역지자체엔 탈시설 지원 조례가 있다. 경기·인천의 경우 탈시설 용어를 쓰지 않고 장애인 자립생활 지원 조례만 두고 있다.
도의회 관련 지원 조례 입법예고
인권침해 공간 vs 선택지 넓어야
맞춤형 거주정책 필요성엔 '공감'
■ 찬성 측 '장애인 수용소' 폐지하라
김진수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공동준비위원장은 지난 13일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창립대회에서 "저는 시설에서 20년을 살다 나와 지역사회에서 사는 시설생존자"라며 "시설은 인권침해의 공간이다. 모든 장애인은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도 "현재 탈시설 정책이 공정한 선택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설 지원이 월등히 좋은 게 현실이지만 시설 밖에 나오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라며 "탈시설을 원하는 장애인에게 정부와 지자체가 충분한 지원을 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 반대 측 "장애인 본인과 부모들이 시설에서 살고 싶다고 원한다"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이하 부모회)는 24일 도의회 앞에서 탈시설 지원 조례안 폐기를 촉구했다. 김현아 부모회 회장은 "장애인 본인과 부모들이 시설에 살고 싶다는 데 왜 자꾸 정치권에서 싸움을 붙이려 하는지 모르겠다"며 "장애인에게 더 다양한 선택지를 줘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들도 탈시설에 회의적이다. 사단법인 경기도사회복지법인협회와 경기도장애인복지시설협회가 지난해 말 장애인 탈시설 지원법안 폐지를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기도 했다. 스스로 생활하기 어려운 장애인을 사회로 내모는 법이 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 국가 책임 강화에는 한 목소리
찬반양론이 대립하는 모양이지만, 양측 모두 국가가 장애인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한다는데는 동일한 목소리를 낸다.
박은하 용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탈시설 논쟁을 최소화하려면)제도권 안팎의 장애인시설에 일탈 등은 없는지 공공이 철저히 관리를 하는 게 우선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은 장애유형뿐 아니라 개개인의 사정들이 다 있다. 우리 사회는 가족의 돌봄과 관심이 없으면 장애인이 사회에서 성과를 내기 어려운 구조"라며 "가족의 관심이 적더라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국가와 자치단체 등 사회가 장애인 개인에 알맞은 거주 정책 등을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명종원기자 light@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