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 '텃새' 가마우지

입력 2023-04-24 19:48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4-2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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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우지는 피라미 붕어 등 민물 어종을 가리지 않는다. 중국, 일본엔 천 년 전통의 '가마우지 낚시'가 전해진다. 가마우지의 목 부분을 끈으로 묶어 물고기를 삼키지 못하게 한다. 대신 고기잡이 전후에 먹이를 줘 집착을 덜어준다. 예닐곱 마리를 잡으면 한 마리를 보상으로 주기도 한다. 10여 년 전, 북한 어부가 신의주 근처 압록강에서 나룻배에 가마우지를 싣고 가는 모습이 촬영됐다.

인간은 배고프지 않아도 사냥하는 습성을 생계로 활용했다. 가축처럼 기르며 하루 서너 시간 물 작업을 시키는데, 어획량이 상당하다. 30㎝ 넘는 잉어도 척척 잡아올린다. 집에 돌아와 묶어두지 않아도 도망가지 않는다. 잡아올린 물고기를 내어주는 대신 주인이 던져주는 물고기를 먹으며 산다.

'중국 계림에 가마우지와 사는 어부가 있었다. 새벽녘이면 배를 저어 강으로 향했다. 가마우지는 능숙한 솜씨로 물고기를 쫓아다녔다. 가끔은 목을 풀어 잡은 물고기를 먹게 했다. 배를 채운 가마우지는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 사냥을 했다. 세월이 흘러 쇠약해진 가마우지는 더는 물질을 하지 못했다. 화창한 날 해질 무렵, 어부는 정든 친구를 품에 안고 언덕에 올랐다. 강이 한눈에 들어오는 마루에 돗자리를 폈다. 조그만 상에 잘 빚은 술병을 올려놓고는 가마우지와 마주 앉았다. 지난날을 회상하는 어부의 눈이 흔들렸다. 이윽고 정성스레 술을 따라 가마우지 입에 넣어주었다. 늙은 새는 술에 취해 눈물을 흘리면서 긴 목을 땅에 뉘었다. 평생을 의지한 동반자를 쓰다듬으며 슬피 우는 어부의 머리에도 서리가 내려 있었다'. 수백 년 이어온 어부와 가마우지 이야기다.



현실 속 야생 가마우지는 인간과 공존하기 힘들다. 매일 500g 넘게 먹어치우는 왕성한 식탐으로 민물고기 씨를 말린다. 번식 철이면 중앙아시아 어민들이 둥지를 찾아내 몽둥이로 새끼들을 때려죽이는 까닭이다. 하루 20~30g 쏟아내는 배설물도 골치다. 수목과 토지를 하얗게 변색시키는 '백화현상'을 일으켜 생태계를 교란한다.

겨울에만 한반도에 머물다 슬그머니 눌러앉았다. 지구온난화가 초래한 생태 변이다. 환경부는 유해한 조수로 지정하려다 환경단체 반발에 막혔다. 천적이 적어 개체 수 증가속도가 가파르다. 공존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

/홍정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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